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에 대한 금융당국 조건부 승인을 받아냈다. 비은행 강화가 시급했던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품게 되면서 단숨에 생명보험업계 자산규모 6위권으로 올라서게 될 전망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승인을 최종 의결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등급을 3등급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의 ABL·동양생명 인수에 제동이 걸렸었다. 관련법상 지주사가 자회사를 편입하려면 경영실태평가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했기 때문.
금융위는 '금융위 안건검토 소위원회'를 통해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열거된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정리 외 다른 조치를 통해서도 해당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4차례 거쳐 논의했고, 우리금융은 금융위 안건검토 소위원회에 두 차례 참석, 자체 마련한 내부통제 개선계획과 중장기 자본관리계획 등을 제출하고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최종적으로 조건부 승인을 내기로 하면서 우리금융은 계획대로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추진할 수 있게됐다.
다만, 금융위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우리금융이 제출한 내부통제 개선계획 및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이행실태를 2027년 말까지 반기별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금감원은 그 내용을 점검해 연 1회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내부통제 개선계획 등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금융지주회사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며 "이번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금융지주회사법 제57조 제2항에 따라 주식처분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숙원사업 이룬 우리금융… 자산 53조 대형 생보사 탄생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임기 초부터 염원해왔던 숙원사업이다. 우리금융은 전체 계열사 중 은행 의존도 절대적이어서 수익 창출력 강화를 위해선 비은행 강화가 절실했다. 특히 보험사 인수는 핵심 퍼즐 조각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우리은행의 순이익 6331억원이 우리금융 전체 순익 6156억원을 넘어서는 등 은행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전체 금융계열사 순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8%로 타 금융지주인 ▲KB금융지주 60.5% ▲신한금융지주 75.8% ▲하나금융지주 88.0%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상태다. 우리금융이 두 생보사를 최종 인수하면서 은행 의존도를 약 10%포인트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규모 합계는 지난해 말 53조2427억원이다.이는 ▲삼성생명 275조3211억원 ▲교보생명 122조4090억원 ▲한화생명 122조1350억원 ▲신한라이프 59조6178억원 ▲NH농협생명 53조2536억원에 이어 6번째다. 5위 농협생명과 불과 100억원 차이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로 생보업권 내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이번 동양·ABL생명 인수로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 채널 활성화 등 계열사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보험사 대규모·장기·저금리 자금 조달을 통해 우리투자증권의 기업금융(IB) 역량을 키우는 등 자산운용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금융은 앞서 '우리라이프', '우리금융라이프' 등 관련 상표권을 잇달아 출원한 바 있다.
건전성·내부통합 과제 산적… 초대 수장에 성대규 단장 유력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제들은 성대규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단장이 짊어지게 됐다.
성대규 인수단장은 과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해 신한라이프를 출범시키고 초대 대표를 지낸 바 있다. 이번 작업에서도 과거 경험을 토대로 조직을 통합해 시너지 비전 등을 수립하고 동양생명 초대 대표 역할까지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대규 인수단장이 초대 우리금융라이프(가칭) 맡게 된다면 당장 맡게 될 과제는 인수 후 통합작업(PMI)과 조직문화 통합 구축이다.
성 인수단장은 신한라이프 대표로 있을 당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물리적 결합뿐 아니라 신한라이프 통합 1년 1개월 만에 임금 및 직급체계 등 협상 타결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우선적으로 동양·ABL생명의 ▲규정체계 ▲재무·회계 ▲리스크관리 ▲준법감시 ▲금융소비자보호 ▲전산시스템 등에 우리금융그룹의 경영관리체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통합작업의 경우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우선적으로 조직문화 통합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적정성 관리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K-ICS)은 각각 155.52%, 153.68%로 금융당국 권고치 130%에 근접한 수준이다. 인수 후 추가 자본확충 및 건전성 제고 노력이 필요한 상태.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공동재보험 등을 활용해 킥스비율 하락에 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와의 협상도 넘어야 할 산이다. 현재 동양생명, ABL생명 노조는 위로금 및 고용승계 등에 대한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위로금 규모를 총 1200% 정도로 책정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고용보장과 보상방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는 7월 초 동양·ABL생명 양사의 주주총회를 개최해 임명되는 새로운 경영진들이 고용보장과 보상방안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인수 후 통합 작업은 임금체계나 조직구조, 조직문화, 인사 제도 등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라며 "과거 사례를 보면 인수기업이 중심이 돼 피인수기업과의 조직융화에 차질이 생겨 시너지가 안나는 경우가 있어 전체 통합을 아우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 금융위, 우리금융 동양생명·ABL 인수 승인
- 우리금융, 신종자본증권 4천억 발행
- 동양생명, 5억弗 규모 외화채권 발행
- 우리금융, 은행·증권 협업 강화… "CIB 경쟁력 높인다"
- 4대 은행 1분기 순익 3.8조 전년比 28% 늘어… 리딩뱅크는 신한
- 간병비만 월 400만원 시대… 가족 돌봄시 보험 활용법은
- 우리금융, 항공우주산업 육성 2조 지원 나선다
- 우리은행, 내부통제 리스크 상담에 생성형 AI 적용
-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새 대표로 성대규·곽희필 추천
- 불붙은 금융권 노사갈등… 정권교체 이후 확산 조짐
- 종합 금융지주 숙원 푼 임종룡 회장…조직문화 통합 ‘시험대’
- “日 금융사 부활, 해외 사업 확대·기업금융이 발판”
-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임종룡 “1등 금융그룹 재도약”
- 우리금융 편입 동양생명, 통합 작업 본격화… 성대규 대표 리더십 시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