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강태영 행장 취임 이후 ‘슈퍼앱’ 전략을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디지털 부문 부행장 출신으로 디지털 전환에 누구보다 진심인 강 행장은 모바일 뱅킹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UX(User eXperience)라이팅 가이드라인 정비 및 데이터 구축’ 용역 입찰 공고를 내고 약 2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책정했다. 이달 내 업체 선정이 이뤄지면 사업 기간은 착수일로부터 16주 이내 이뤄질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이 사업을 통해 농협만의 표준화된 UX라이팅 체계를 구축하고, 고객이 어떤 채널에서든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UX라이팅은 모바일 앱 내 문구와 언어를 고객 친화적으로 개선해 서비스 일관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사용자가 앱 내에서 접하는 버튼, 알림, 팝업, 에러 메시지 등 모든 텍스트를 쉽고 명확하게 작성하는 일이다. 복잡한 금융 용어나 불친절한 안내문을 줄이고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듬어 고객의 사용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의 토스를 있게 한 경쟁력의 원천도 고객 친화적인 UX 구축이 뒷받침됐다.
특히 요즘 어느 금융사나 너무 딱딱하고 정중한 표현 대신, 나이와 성별, 학력,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앱 이용자의 전체적인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UX라이팅 표준화는 단순한 문구 개선을 넘어 플랫폼 전체의 사용자 경험 품질을 좌우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강태영 농협은행장의 디지털 혁신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강 행장은 취임 이후 전사적으로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붙이는 중이다. 강 행장은 올원뱅크사업부장을 시작으로 디지털전략 부장, 농협은행 DT(디지털 전환)부문 부행장과 농협금융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거친 행내 대표적인 '디지털 전문가'다.
특히 올해 초 NH올원뱅크에 증권·카드·보험 등 계열사 서비스를 통합해 '슈퍼앱'으로 탈바꿈을 이끈 것이 강 행장이다.
강 행장은 지난 1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업무 자동화로 효율성과 혁신성을 제고하겠다"며 '디지털 리딩뱅크'를 취임 일성으로 내걸기도 했다.
올원뱅크 개편과 금융과 비금융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슈퍼앱 전환을 위해 UX개선은 필수 과정인 셈이다.
이는 농협은행이 디지털 후발주자로 평가 받고 있는 만큼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은 이미 디지털 전환과 모바일 플랫폼 혁신을 빠르게 추진하며 금융앱을 넘어 ‘생활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미 지난해 비대면 UX 가이드라인을 각 계열사에 공유해 고객의 디지털 경험 개선에 나섰다. 반면 농협은행은 앱 이용자 수와 서비스 기능 측면 모두에서 상대적 열세에 놓여 있다.
국민은행 스타뱅킹앱의 올해 3월 말 기준 MAU는 1334만명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으며, 연초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의 제휴로 가입자 수와 MAU가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신한은행 쏠(SOL)뱅킹의 MAU는 981만명으로 1000만명에 근접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앱은 600만~700만명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농협은행의 올원뱅크는 500만명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의 경우 비대면 금융 앱을 스마트뱅킹과 올원뱅크로 나누어 운영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하고 있어 통일된 UX전략이 더욱 필요하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고객이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구와 언어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UX라이팅 표준화는 단기적으로는 앱 사용성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이 되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앱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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