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장들이 정치권에 규제 완화 목소리를 냈다. 은행들이 미국 상호관세 시행으로 국내 기업을 지원은 물론 중기‧소상공인 지원에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에 활로를 터달라는 뜻으로 읽힌다.

은행권은 이달 중 소상공인 ‘금융지원 보따리’를 풀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 은행장들을 만난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정책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환주 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가 참석했다. 한 시간으로 예정됐던 간담회는 이보다 15분 더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선 은행권의 실무 관련 규제 완화 요청이 주를 이뤘다. 은행장들은 ▲청년 고용 정책자금 확대 ▲자본비율 규제 완화 ▲금융사고 공시 유연화 ▲가상자산 1은행·1거래소 규제 개편 등을 요청했다.

가상자산 관련해 1은행‧1거래소는 시스템 리스크가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하고 소비자 선택권과 법인 고객 제약을 없애기 위해 다자은행‧1거래소으로 확대해달라는 내용이다. 가상자산에 법인 투자가 허용되면서 가장자산 투자 시장이 커지는 만큼 그에 대응할 수 있도록 판을 넓혀달란 뜻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은행들도 그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최근 빗썸은 농협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제휴를 바꿨고 업비트는 케이뱅크과 제휴를 맺고 있다. 오는 10월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제휴가 만료되는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새로운 제휴를 맺기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IS 자기자본비율 관리에 있어서 산업 및 생산적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하향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배당 여력과 이어지는 만큼 위험가중자산(RWA) 관리가 중요한 상황이다.

최근 환율 변동성 등 RWA가 확대된 상황인데, 이 경우 CET1 비율은 악화할 수 밖에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기업 유동성 지원을 요청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청년고용연계자금 확대도 요청했다. 한도가 낮아 높은 수요를 수용하지 못하는 만큼 해당 정책자금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또 은행들은 금융사고 공시를 사고 손실 추정치와 실제 손실액을 분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방 금융과 관련해서는 지방 소멸 위기를 막기 위한 지역 균형 발전 정책 등에 관련한 의견도 나왔다.  

강민국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간사는 “은행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제조산업 강국이 이제는 그 인계점에 온 상황에서 미국의 모델처럼 금융 강국으로 가야한 대한민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완화가 아니라 파괴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은행권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중소상공인 등에 대한 금융지원이 은행의 부실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은행이 적절한 공급을 해줘야 가계도 숨통이 트이고 기업도 숨통이 트인다”며 “그래야 은행도 건전성이 더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정무위에서 논의해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입법으로, 정책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은 정책으로 해결할 생각”이라며 “다른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의논해서 바로 시행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의 금융지원을 강조하면서 규제 완화 등 ‘당근책’도 내놓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은 은행권이 미국 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지원책을 이달 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대외 여건이 굉장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 은행권은 경제 방파제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며 그는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피해 우려 산업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즉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금융 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고 조만간 구체적인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경감하고자 맞춤형 소상공인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해서 4월 중에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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