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고가의 퀄컴 칩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모뎀 개발을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퀄컴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11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폰아레나는 “삼성과 애플이 그동안 퀄컴 칩을 광범위하게 활용해왔으나, 높은 비용 부담과 공급 제약으로 자체 부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은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자사 엑시노스 칩 탑재 비중을 다시 높이고 있다. S23 시리즈에서는 전량 퀄컴 칩을 탑재했지만, S24 시리즈부터는 지역별로 칩셋을 분할 적용했다. 현재는 차세대 모델인 갤럭시 S26에 탑재할 2나노 기반 엑시노스 2600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유럽 시장 등을 중심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애플도 자체 셀룰러 모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16e에 자사 첫 모뎀 칩 'C1'을 탑재한 데 이어, 아이폰17과 아이폰17 에어부터 본격적으로 자체 모뎀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애플은 장기적으로 모든 기기에 자사 모뎀을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양사가 ‘탈 퀄컴’에 나선 배경에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점이 있다. 외부 칩을 사용할 경우 라이선스 비용과 공급 제약이 불가피하지만, 자체 개발을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S25 시리즈 전량에 퀄컴 칩을 사용하면서 약 4억 달러(약 56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폰아레나는 “이제 성능 격차가 일반 사용자가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줄어든 만큼, 고비용 퀄컴 칩에서 자체 칩으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퀄컴이 단기간 내 몰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삼성과 애플이라는 주요 고객 이탈이 가져올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애플이 아이폰17 시리즈부터 자사 모뎀을 전면 채택할 경우, 퀄컴의 시장 점유율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폰아레나는 “퀄컴은 여전히 모바일 칩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만, 삼성과 애플의 독립 움직임은 성장성과 주가에 중장기적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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