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산업은행 회장 등 금융당국 핵심 인사들의 임기가 잇따라 종료, 수장 공백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제 사렵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사임한 상황. 대외 신인도와 관련, 경제·금융정책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대선 이후 조속한 인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오는 16일 임기가 만료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내달 5일, 국책은행 산업은행의 강석훈 회장 임기도 내달 6일 끝난다.
여기에 탄핵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김병환 금융위원장까지 교체될 것이라는 설도 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말 취임, 임기를 채 1년도 못 채웠지만 업계에서는 교체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위원장과 금감원장 공석에서부터 금융위원장 교체까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위 수장은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 임명하고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금융위원장이 교체된다면 새로운 위원장이 올때까지 금감원장은 공석이라는 뜻이다.
당국 수장의 공백이 예고된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요 정책 방향성은 물론 현안 대응력이 떨어지게 된다. 금융시장이 심리와 신뢰에 따라 움직인다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안정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
김 부위원장 직무는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이, 이 금감원장의 직무는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대신하는 대행 체제를 이어가겠지만 이들이 굵직한 사안을 결정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장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비롯해 오는 7월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이 현안으로 꼽힌다. 새로운 은행 출범과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계부채 관리 등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필요한 부분인데, 차질 없이 추진될지 우려가 높다. 정책 시행 이전 대출 쏠림 현상 등 가계부채 관리에 집중적으로 필요해서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김병환 위원장이 “5월 중 3단계 스트레스 DSR 세부방안을 발표하고 지방과 수도권에 차이를 두겠다는 관점으로 구체적인 금리 수준 등을 조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의 변동성도 문제다. 국내 주식시장은 물론, 채권금리, 환율 등 시장 지표들이 어떤 방향성을 보일지 우려된다. 지난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나서도 금융위원장을 임명하지 않았다.
당시 여야가 원구성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금융위원장 선임이 늦어졌는데, 이 때도 금융시장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코스피는 2400선이 붕괴됐고, 이후 레고랜드 사태로 이어졌다.
최근 상황도 다르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 영향으로 코스피는 물론 달러 대비 환율의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업계에서는 하마평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미 관료나 학자 출신의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는 설(說)이 나오면서 정책 방향성은 물론 각 조직 내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책은행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되는 것도 부담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가 내달 끝나면서 강 회장이 이끌었던 부산 이전 추진 등은 원점 검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후임 회장은 그간 부산 이전으로 내홍을 겪어온 만큼 조직을 수습하고 산업 구조조정과 기업 구조 개선 지원, 첨단 산업 육성 등에 나서야 한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행장은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최근 수백억원 대의 금융사고 발생 등을 이유로 책임론이 거론되면서 교체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정된 임기 이후에는 대행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며 “조기 대선과 금융당국 수장의 임기 만료가 겹치면서 인사에 대한 설이 많지만 정책의 일관성, 연속성있는 추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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