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가 6월부터 광고만 시청하면 대부분의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놓는다. 기존 넷플릭스나 티빙처럼 광고를 보더라도 월 5500원 이상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와 달리, 이용자에게 요금 부담을 완전히 없앤 것이 핵심이다.
13일 쿠팡플레이에 따르면, 6월부터 쿠팡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 회원도 광고만 보면 오리지널 콘텐츠, 국내외 드라마, 영화, 스포츠, 뉴스, 키즈 콘텐츠 등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기존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는 4K 고화질 스트리밍 콘텐츠 확대 등의 혜택이 강화된다.
또 쿠팡플레이는 특정 장르 중심의 선택형 부가서비스 ‘패스(PASS)’도 도입할 계획이다. 일본·중국 드라마, 스포츠 등 세부 관심 콘텐츠에 맞춘 맞춤형 이용 방식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e커머스 결합한 쿠팡만의 OTT 전략
쿠팡의 이번 쿠팡플레이 광고 보면 무료 서비스는 다른 OTT와 확연히 다른 행보다.
넷플릭스의 경우는 5월 9일 저가형 기본 요금제 ‘광고형 스탠다드’ 구독료를 월 5500원에서 월 7000원으로 27%쯤을 인상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이나 이동통신 요금제 결합 가격은 변동이 없었지만 광고를 봐도 월정액을 내야 한다는 점이 쿠팡플레이와 다르다.
티빙도 마찬가지다. 광고 요금제를 월 5500원에 운영한다. 디즈니 플러스는 해외에서 월 9.99달러(약 1만4200원)에 광고 요금제를 서비스한다. 광고를 보는 대신 기존 요금제의 반값 수준으로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했다.
반면 쿠팡플레이는 와우 멤버십 없이도 SNL 코리아 등 주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허용한다. 광고만 보면 무료다. 접근성을 높이면서 유입 장벽도 낮췄다. 업계에서 쿠팡이 아마존의 사업전략을 따라간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광고 보면 무료 모델도 아마존이 이미 시도한 전략이다. 아마존은 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광고 보면 무료(Watch For Free with Ads) 섹션을 운영한다.
전문가들은 아마존과 쿠팡이 자사 이커머스 생태계를 광고와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OTT와 차별화되는 점으로 봤다. 광고를 보는 대신 요금 할인이 아니라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건 아마존·쿠팡이 노리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료 제공을 통해 더 많은 회원을 모을 수 있다. 이용자가 늘고 콘텐츠 시청시간이 증가하면 광고 수익도 함께 오른다. 만약 쿠팡플레이에 노출된 광고를 보고 해당 광고를 클릭(터치)한 이용자가 쿠팡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광고 수익과 쿠팡의 거래 규모가 함께 증가한다.
이는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같은 플랫폼이나 넷플릭스·티빙 같은 OTT가 할 수 없는 지점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 ‘제품 보기’로 외부 구매링크를 영상에 연결할 수 있다. 반면 쿠팡은 콘텐츠를 보러 쿠팡플레이에 접속한 고객이 광고를 보다 구매하는 모든 과정을 자사 플랫폼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다.
유승철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쿠팡은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구매 여정을 내재화할 수 있는 구조다”라며 “기술만 고도화되면 지금껏 꿈꿔왔던 형태의 광고를 구현할 수 있어 광고주에게 매우 매력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넷플릭스는 가입자가 많은 만큼 광고 단가가 높아 소수의 대형 브랜드 정도만 감당할 수 있다”며 “쿠팡이 만약 광고 단가를 중소 사업자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책정한다면 쿠팡에 입점한 다양한 중소형 브랜드도 쉽게 광고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규제 리스크도 완화 효과
법률 전문가들은 쿠팡플레이의 ‘광고 보면 무료’ 모델은 이커머스 생태계 확장 외에도 쿠팡의 규제 위험을 낮출 것으로 봤다.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와우 멤버십에 쿠팡플레이·쿠팡이츠를 끼워팔았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 13일 디지털 콘텐츠, 멤버십, 생성형 AI 등 주요 구독서비스 전반에 관한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쿠팡플레이 시청을 위해서는 반드시 와우 멤버십에 가입해야 했다. 쿠팡플레이는 별도의 OTT 서비스가 아니라 와우 멤버십 회원을 위한 혜택 중 하나라는 이유였다. 6월부터 광고 보면 무료 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아도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이는 이용자의 선택지를 늘리는 효과를 준다.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플레이 광고 보면 무료 시청 전략을 자진 시정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의의결을 신청할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의의결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전 사업자가 시정 방안을 제출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복수의 변호사는 “쿠팡플레이를 광고만 보면 무료로 시청할 수 있게 하는 건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의의결을 신청할 가능성을 높인다”며 “와우 멤버십에 가입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던 기존 대비 부당함의 정도가 감소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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