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쿠팡플레이·티빙 등 OTT 기업들이 배달·이커머스 플랫폼과 제휴하며 신규 이용자 확보 창구를 늘리고 있다. OTT시장 포화와 가입자 정체 속 콘텐츠만으로는 이용자 유입이 어려워서다. 

/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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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은 5월 19일 우아한형제들과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티빙 광고형 스탠다드 이용권과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의 제휴 멤버십을 6월 2일 출시한다. 배달의민족 멤버십 ‘배민클럽’ 구독자는 별도 비용 추가 없이 티빙을 이용할 수 있다.

티빙과 배달의민족 제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OTT업계는 지난해부터 커머스 플랫폼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OTT 시장이 성숙했기 때문이다. 이미 OTT를 볼 사람은 다 구독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다.

실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모바일인덱스가 국내 주요 OTT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집계한 결과 넷플리스·쿠팡플레이·티빙 MAU는 전반적으로 정체된 양상을 보였다. 넷플릭스가 ‘흑백 요리사’, ‘중증외상센터’ ‘폭싹 속았수다’ 등 연타석 흥행작 배출로 MAU가 늘었다고 해도 1200만~1400만 내외를 오간다. 쿠팡플레이와 티빙도 MAU 650만~800만 내외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콘텐츠만으로는 MAU 확대가 어려운 셈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부터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제휴해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넷플릭스를 구독하면 그냥 넷플릭스를 구독한 것보다 월 500원 더 저렴하다. 이용자 혜택이다. 사업자들도 서로 이득을 보는 구조다. 넷플릭스는 ‘네넷(네이버-넷플릭스)’ 제휴를 통해 신규 3040 남성 이용자가 유입됐다고 밝혔다. 네이버도 넷플릭스 제휴 후 가입자 수가 1.5배 늘고 쇼핑 지출이 30% 넘게 증가했다.

쿠팡 와우멤버십의 혜택으로 시작한 쿠팡플레이는 일반 회원도 광고만 보면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한다. 쿠팡플레이는 ‘왕좌의 게임’ 같은 드라마 라인업을 갖춘 HBO 등의 채널을 이용할 수 있는 장르별 구독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쿠팡 내 상품 광고를 노출할 경로 확대를 위해 무료 개방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OTT와 커머스 플랫폼의 구독 제휴는 윈-윈을 노린 것이라고 봤다. OTT업계의 전략이 변했다는 것이다. 과거 가입자 수를 어디까지 늘릴 수 있을지 잘 모르는 시장 초기단계에는 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서 가입자 늘리기에 집중했다. 이제는 넷플릭스 1강에 쿠팡플레이, 티빙까지 톱3가 고착됐고 그 아래 웨이브, 디즈니 플러스, 왓챠까지 일정 수준의 고정 MAU가 유지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콘텐츠 투자를 더 늘리기보다 고객 접점 확대를 신경쓴다는 말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OTT들이 커머스 플랫폼과 제휴하는 건 단순한 마케팅 제휴가 아니라 시장 구도가 이미 정착된 상황에서 유입 경로와 수익 모델을 외곽에서 새로 짜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서로 MAU를 뺏고 뺏는 경쟁보다 커머스 플랫폼과 제휴를 통해 가입자를 유인하고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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