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한도가 오는 9월1일부터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자 보험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도가 늘어난 만큼 보험사들이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예보료율도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봐서다. 예보한도 인상이 곧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오는 9월1일부터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자 보험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 DALL-E

21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예보한도에 상향에 따라 예보료율이 인상된다면 보험사들이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 수백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저축성보험과 종신보험을 주력하는 취급하는 생명보험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예보료는 금융기관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져 고객들의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 예보가 금융사로부터 걷는 법정 부담금이다. 현행 금융사별 예보료율은 ▲은행 0.08% ▲보험 0.15% ▲새마을금고 0.13%▲저축은행 0.40% 등이다.

보험사 예보한도 보장 대상 상품은 ▲저축성보험 ▲종신보험 사망보장금 ▲변액보험 특별약관 보장금 ▲보험 해지 시 해약환급금 등이 해당된다.

예보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예보한도가 1억원으로 오를 경우 예보료율은 생보사 13.8%, 손보사 2.6% 등 상향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반영할 시 생보사 예보료율은 약 0.17%, 손보사는 0.153% 수준이 된다. 손보사 상승 폭은 미미하지만 생보사 부담은 가중되는 구조다. 

생보사 부담이 더 큰 이유는 주로 취급하는 보험 상품 특성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최근 해약환급금이 없는 무(無)해지환급형 상품 위주로 영업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무해지환급형 상품은 해지 시 해약환급금이 없는 만큼, 손보사들의 예보료 부담도 적다.

반면 생보사들은 여전히 저축성보험과 종신보험, 연금보험 등 예금 성격을 띤 장기 상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계약 기간이 길고 해지 시 해약환급금도 커 예보료로 내야하는 금액도 상대적으로 많다.

지난해 예보가 보험사로부터 받은 금액은 총 1조888억원이다. 이중 생보사가 납부한 금액은 6912억원으로 전체의 63.5%를 생보사가 납부했다.

보험업계는 예보한도 인상이 결국 소비자 보험료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보험사의 경우 규제상 은행처럼 대출이나 파생상품 등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보료 부담 증가를 고스란히 상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보험사들은 은행과 달리 '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만약 부실금융사가 발생하더라도 계약이전 방식 등 예금자 돈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구비돼 있다는 것. 예보료를 추가로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생보사 상품 특성상 예보료 부담이 크다"며 "예보료율이 인상된다면 결국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보는 예보한도가 상향된 데다 부실이 언제 발생할 수 없는 만큼 기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정업권에서 예보료를 줄일 경우 다른 업권에 부담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예보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금융사들이 굴리는 돈이 늘어났다는 것은 리스크도 함께 커진 것"이라며 "예보 한도가 늘어날 경우 보험료 지급액이 커지는 만큼 보험료율도 함께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예보료율 숫자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예보 관계자는 "현재까지 예보료율 인상과 관련돼 결정된 사항은 아무 것도 없다"며 "예보한도 상향이 이뤄진 이후 동향을 지켜보고 2028년 새로운 예보료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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