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티빙에 이어 디즈니플러스도 계정 공유 단속에 돌입한다. 말은 공유 단속이지만 실제로는 이용자를 귀찮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등록하지 않은 기기에서 접속할 때 본인인증을 하도록 해 불편함을 유발해 계정을 공유하는 대신 자발적 가입을 유도하는 식이다. 문제는 디즈니 플러스가 이 전략을 유효하게 수행할 콘텐츠 라인업과 가입자 규모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디즈니도 ‘귀찮게 하기’ 탑승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 플러스는 5월 23일 가입자에게 이메일을 통해 계정 공유 정책 변경을 알렸다. 계정은 원칙상 한 가구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주소지가 다른 경우 계정을 공유할 수 없다. 신규 가입자는 5월 16일부터, 기존 가입자는 6월 24일부터 바뀐 정책이 적용된다.
디즈니 플러스는 계정 공유 정책 변경과 함께 ‘추가회원’ 기능을 제공한다. 계정 소유자가 추가 요금을 내면 한 계정으로 다른 주소지에서도 계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추가 요금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2023년 11월부터 시도한 것과 같은 구조다. 티빙도 올해 4월 계정 공유 단속을 추진하려다 시행 시기를 7월 1일로 연기했다.
이런 조치는 단속이라기보단 ‘피로 유도’에 가깝다. 본인인증 코드를 요구하거나 접속을 제한하는 식으로 귀찮게 만들어 ‘이럴 바엔 가입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기존 가입자 이탈 없이 공유 사용자를 신규 가입자로 흡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광고형 요금제 없는 디즈니
문제는 디즈니 플러스가 이 전략을 뒷받침할 요건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와 티빙은 단속 정책에 앞서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했다. 광고형 요금제는 기존 요금제의 반값 수준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이런 저가 요금제 없이 계정 공유를 단속한다.
실제 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는 월 7000원, 광고가 없는 스탠다드 요금제는 월 1만3500원이다. 티빙은 광고형 요금제 월 5500원, 광고 없는 스탠다드 요금제 월 1만3500원이다. 반면 디즈니 플러스는 광고가 없는 스탠다드 요금제(FHD 화질)가 월 9900원, UHD 화질을 지원하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월 1만3900원에 서비스한다.
디즈니 플러스는 저가형 요금제 같은 미끼 상품 없이 계정 공유만 불편하게 만드는 셈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모바일인덱스 기준 올해 3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268만명쯤이다. 같은 달 티빙의 MAU는 705만, 넷플릭스는 1409만명이다.
수익은 유지하고 MAU는 감소할 듯
디즈니 플러스가 계정 공유를 단속하면 이 MAU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디즈니 플러스는 대작 중심의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덕에 콘텐츠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적다. 국내 주요 방송사 콘텐츠도 서비스하지만 같은 가격이면 더 많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넷플릭스에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 면에서 불리하다. 디즈니 플러스는 티빙처럼 한국프로야구(KBO) 같은 장기적으로 많은 트래픽을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도 없다.
디즈니 플러스는 계정 공유를 단속하더라도 구독 수익에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계정 공유 단속은 기존 가입자가 아니라 기존 가입자의 계정을 같이 사용하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신 MAU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귀찮게 하기 전략의 영향을 받은 이들의 접속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서다. 이 같은 MAU 감소 우려를 없애려면 디즈니 플러스에 귀찮음을 감수하고서라도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디즈니 플러스는 콘텐츠에 관한 절대적인 충성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계정 단속 시 이용자 이탈이 우려된다”며 “가입자 입장에서 ‘꼭 봐야 하는 콘텐츠’가 없으면 인증 절차의 번거로움을 감수하지 않고 떠나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디즈니 플러스 정책이 국내 시장 특성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계정 공유를 이미 단속하고 있는 글로벌 본사의 정책을 따라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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