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들이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기술 등을 이용해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이스피싱, 허위 대출, 내부자 비위 등 점차 지능화되고 있는 금융사기에 대응하고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상거래 사전 탐지 기능을 향상시켜 실시간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AI 기술을 활용한 ‘이상징후 검사시스템’ 고도화에 착수했다. 2026년 상반기 시스템 오픈을 목표로, 행동 패턴 분석 등 AI 기반 탐지 기법을 도입해 정밀성과 범위를 모두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시나리오 기반 시스템을 통해 연소득 허위 입력 등 의심 사례를 탐지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번 고도화를 통해 탐지 범위는 물론 정밀도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I기술을 활용한 검사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방대한 금융데이터를 자동 분석하고, 잠재적 이상금융거래를 사전 예측함으로써 선제적 검사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디지털 신기술을 검사 업무 전반에 적극 도입해 내부통제 혁신에 지속적으로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 시중은행들도 일찌감치 FDS 성능 향상에 매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KPMG, 김앤장과 함께 ‘상시 감사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금융사고 및 내부 임직원 비위 감시에 특화된 탐지 시스템을 올해 하반기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AI와 사고 탐지 솔루션을 접목하고 해외 선진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 사례로 적극 반영해 내부 리스크 대응 역량을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이상거래 탐지시스템에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결합했다. 이를 통해 사전 예측부터 실시간 대응까지 아우르는 탐지 체계를 완성했으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이상거래 룰도 강화했다.
하나은행은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 사고 패턴을 AI가 학습한 뒤, 의심거래가 감지되면 거래 차단 및 확인 절차를 자동화하는 구조를 갖춘 신FDS를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의 AI 기술 연구 전담 조직인 하나금융융합기술원과 협업해 만든 하나은행 자체 보이스피싱 악성앱 탐지 AI 모델이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