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지난 2월과 비교했을 때)향후 기준금리 인하 폭이 조금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국은행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2.50%로 결정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돼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금통위의 결정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3개월 내 조건부 포워드가이던스는 6명 가운데 4명이 2.5%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고 2명은 2.5% 수준에서 기준금리 효과를 더 지켜보자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3개월 이후 금리 경로의 명확한 지침을 공개하면 오해 소지가 있어 향후에 금리를 몇 번 더 낮출지 금통위원 생각을 밝힐 수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경제 전망의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있다”며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 등에도 유의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데이터를 보고 금리 추가 인하의 속도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부담이 경감되면 민간 소비 등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그는 “유동성 공급이 기업 투자나 실질 경기 회복보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통위원들은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률 전망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경제 지표 악화에도 빅컷(0.50%p 인하)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주택 가격이 오르는 등 코로나19 때 했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대 수준의 기준금리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다음주 대통령 선거 이후 새정부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금리 정책이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쪽으로 작용할 정도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문제에 대해 새 정부와 서로 논의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1.5%(2월전망)에서 0.8%까지 낮춘데에는 건설 투자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건설투자는 GDP의 14%를 차지하지만 건설경기 침체 심화로 감소 폭이 예상보다 커지며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낮추는 요인”이라며 “수출은 2월 기준선보다 높아진 미국 관세로 둔화 폭이 확대돼 0.2%포인트를 추가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률은 1.6%로 올해보다 회복될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올해 0.8% 성장전망에는 내수가 0.8%를 다 기여하고 순수출 기여도를 0으로 가정했다”며 “현재의 관세가 유지되면 그 효과가 올 하반기부터 많이 나타나서 내년 순수출기여도는 -0.3%로 나빠질 것이지만, 내수는 민간소비는 1분기, 건설경기는 하반기 저점으로 올라가서 기여도가 1.9%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수 회복이라는 것이 강건한 내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가계부채 등 구조적 요인이 있어, 회복의 제약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망치에는 1차 추가경정예산 편성만 반영돼 있다고도 했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라며 “지난 6개월 동안 경제여건에 비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굉장히 많이 절하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불확실성 지수가 비상계엄 이전인 작년 11월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환율이 움직이는 것은 국내 요인보다는 대외 요인”이라면서 “미국 예산안과 관련해 미국 재정적자가 얼마나 커지느냐에 따라 장기채 금리와 환율이 변동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관련,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한은이 적극적으로 만들어줘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며 “화폐 대체재가 사고가 나면 지급 결제 시스템 신뢰가 한꺼번에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