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로 유명한 지주사가 ‘덩치 값’을 하고 있다. 한 달간 주가가 평균 30% 오르며 시장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곳도 상당했다. 대선 후보들의 증시 부양책에 대해 지주사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게 호재로 다가왔다는 평가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지주사 15곳의 5월 주가 상승률은 평균 32.6%로 코스피 등락률(6.4%)을 25%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코스닥 종가와 환율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 뉴스1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지주사 15곳의 5월 주가 상승률은 평균 32.6%로 코스피 등락률(6.4%)을 25%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코스닥 종가와 환율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 뉴스1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그룹 소속 지주사(지주사 비상장 시 중간 지주사 포함) 15곳(SK·LG·롯데지주·한화·HD현대·신세계·CJ·LS·카카오·두산·DL·현대지에프홀딩스·한국앤컴퍼니·하림지주·효성)의 5월 주가 상승률은 평균 32.6%로 집계됐다. 이 기간 코스피 등락률(6.4%)을 5배 이상 웃도는 상승률이다. 

지주별로 보면 두산이 이달 들어 68.0% 오르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30만원대였던 주가가 한 달 만에 50만원대로 훌쩍 뛰었다. 20일부터 8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한화가 54.5% 오르며 뒤를 이었다. 27·28·29일 사흘 연속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HD현대가 세 번째로 높았다. 이달에만 50.6%로 상승했다. 28일부터 이틀 연속 신고가다.

그밖에 ▲하림지주 43.1% ▲DL 41.8% ▲현대지에프홀딩스 35.4% ▲롯데지주 34.7% ▲한국앤컴퍼니 32.2% ▲SK 28.0% ▲효성 25.8% ▲LS 23.1% ▲카카오 15.0% ▲CJ 12.3% ▲신세계 12.2% ▲LG 11.7% 등의 순이었다. 15개 모두 주가가 한 달간 10% 이상 급등했다.

주요 지주회사 5월 주가 상승률. / 윤승준 기자
주요 지주회사 5월 주가 상승률. / 윤승준 기자

이 같은 상승세는 대선 후보들의 증시 부양책에 지주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주주충실의무의 상법개정, 이사 선임을 위한 집중투표제 활성화, 쪼개기 상장 시 기존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신주우선배정, 자사주 원칙적 소각 등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도 중산층 자산증식을 위해 대통령 주제 해외 IR 개최, 법인세 및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배당소득세 세제개편 등의 방안을 꺼내놓았다.

종목 중 지주사 수혜가 가장 클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21일 간담회에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1~0.2배인 회사들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청산해야 한다”며 주식 저평가 문제를 지적했다. 지주사는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꼽힌다. 29일 현재 이들 15개사의 PBR은 평균 0.98배로 이재명 후보가 지적한 0.2배를 넘긴 했으나 저평가 문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두산(6.13배), 카카오(1.9배) 2곳을 제외하면 모두 1배 미만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부양 과정에서 대표적인 저PBR 섹터인 지주사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지주사의 저평가는 자회사 중복상장, 상속·승계 과정에서의 주가 부진, 소극적인 자사주 소각 등이 주요 원인인데 정책적으로 지주회사 할인요인에 대한 축소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지주사에 적용되는 PBR도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