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9개월 만에 2700선을 넘어섰다. 대선 과정에서 주목받은 증시 부양책에 이어 미국 관세 정책 제동, 글로벌 반도체 기업 호실적, 금리 인하 결정 등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89% 오른 2720.64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700선으로 마감한 것은 지난해 8월 22일(2707.62) 이후 9개월 만이다. 작년 말과 비교해서는 상승률이 13.39%에 달한다. 코스닥도 이날 전날 대비 1.03% 오른 736.29로 마감하며 보름 만에 다시 730선으로 안착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상승장을 이끌었다. 기관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6836억원을, 외국인은 2954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이 매입한 종목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수출주를 주로 담았고 외국인은 카카오, 두산에너빌리티, HD한국조선해양 등을 중심으로 담았다. 개인은 이날 SK하이닉스, 카카오, 두산에너빌리티 등을 중심으로 팔아치우며 9964억원을 순매도했다.
종목별로 보면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 2곳(삼성바이오로직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7.25% 오르며 상승 폭이 가장 컸고 두산에너빌리티도 상승률이 6.03%로 높았다. 기아 4.72%, 현대모비스 3.54%, 하나금융지주 3.29%,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00%, 현대차 2.74%, 삼성물산 2.18% 등도 2%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코스피 강세는 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효를 차단하는 결정을 내린 결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28일(현지시각) 미국에 구매하는 것보다 더 많이 판매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행위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다.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규제할 독점적인 권한은 미국 의회에 있고 대통령의 비상 권한이 의회 권한보다 우선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그간 글로벌 증시로 닥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약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양호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AI 칩 대표기업 엔비디아는 올 1분기 매출이 440억6000만달러(약 60조5600억원), 순이익 188억달러(약 25조8400억원)를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각각 69%,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호실적 소식에 SK하이닉스 등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점도 호재였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낮췄다. 작년 10월 이후 네 번째 인하 조치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에서 코스피 여전히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상황에서 전기전자, 대형주의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됐다”며 “최근 대선 과정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본시장 선진화 움직임 뚜렷함과 동시에 코리아 밸류업지수 리밸런싱 이후 가치주로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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