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사 스마트 TV에서 구글 어시스턴트 지원을 중단하며 운영체제(OS) 독립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호텔·상업용 B2B TV 사업에서는 ‘구글 캐스트(Google Cast)’ 기능 탑재하는 행보를 보인다. B2C에서는 구글 지원없는 OS 자립, B2B에서는 구글과 연결성을 강화한 선택적 동행 전략이다. 구글 캐스트는 다양한 기기 간에 쉽게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는 구글의 무선 공유기술이다.

삼성전자 '구글 캐스트' 지원하는 호텔 TV 신모델(모델명: HU8000F) 제품 이미지 / 삼성전자
삼성전자 '구글 캐스트' 지원하는 호텔 TV 신모델(모델명: HU8000F) 제품 이미지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2일 구글 캐스트를 지원하는 2025년형 호텔 TV 신제품 'HU8000F'를 글로벌 출시했다. 투숙객은 QR코드를 스캔해 자신의 모바일 기기와 TV를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 로그인 없이 개인 OTT 콘텐츠를 호텔 TV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구현했다.

삼성 스마트 TV 플랫폼 '타이젠 OS 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폭도 넓어졌다. 기존 넷플릭스, 삼성 TV 플러스에 더해 프라임 비디오까지 새롭게 추가됐다.

해당 제품은 HDR10+, 크리스탈 프로세서 4K, 다이내믹 크리스털 컬러 등 화질 기술, 어댑티브 사운드, 녹스(Knox) 보안, 링크 클라우드(LYNK Cloud) 기반 호텔 관리 솔루션도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모델(HBU8000)에도 구글 캐스트 기능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16일 열리는 HITEC 2025 전시회에서 관련 기술을 공개한다.

LG 호텔 TV와 구글 캐스트를 통해 편리하고 안전하게 콘텐츠를 즐기는 이미지컷 / LG전자
LG 호텔 TV와 구글 캐스트를 통해 편리하고 안전하게 콘텐츠를 즐기는 이미지컷 / LG전자

LG전자 역시 구글 캐스트 인증을 받은 호텔 TV를 통해 B2B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ISE 2025에서 호텔 환경을 재현해 관련 제품과 솔루션을 소개했다. L전자G는 웹(web)OS 23 이상이 탑재된 기존 호텔 TV에서도 펌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구글 캐스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LG전자는 QR코드 연결, 객실 간 네트워크 분리, 퇴실 시 자동 로그아웃 및 데이터 삭제 기능 등 보안성과 편의성을 강화해 차별화를 꾀했다. LG전자는 에어플레이(Apple AirPlay)와 구글 캐스트를 모두 지원하는 호텔 TV 라인업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양사의 이 같은 행보는 구글이 2024년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자체 OS를 쓰는 TV 제조사에 구글 어시스턴트 지원 중단을 통보한 것과 대비된다. 구글 정책에 따라 B2C에서는 자체 OS 생태계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호텔 TV 제품군에선 구글과 협업을 강화해 실익 중심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폰에 탑재된 구글 어시스턴트를 제미나이로 대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AI 기반 새로운 어시스턴트 경험을 확대하려는 시도다. 제미나이로 구동되는 어시스턴트 생태계를 스피커, 디스플레이, TV와 같은 홈 기기로 확산하려는 구글의 움직임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2024년 3월부터 TV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체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Bixby)’의 역할을 강화했다. LG전자도 올해 5월부터 OLED TV 일부 모델 대상으로 구글 어시스턴트 지원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시장 특성과 수요에 따라 구글과 완전한 결별이 아닌 새로운 방면에서 동행을 택했다”며 “호텔처럼 연결성과 편의성이 핵심인 환경에서는 구글 캐스트 기능의 호환성이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