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민간 거래소 중심으로 운영돼온 기존 자율규제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본격화되고 있다.
1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법정 협회인 ‘한국디지털자산업협회’를 설치하고, 협회 산하에 ▲거래지원적격성평가위원회 ▲시장감시위원회를 두어 상장·상장폐지 심사 및 불공정거래 감시 등을 수행하도록 했다. 또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근거를 마련하고, 기존 3개로 분류된 디지털자산 사업자 유형을 10개 업권으로 세분화해 산업 구조를 재정립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법안에는 가상자산 시장의 자율규제 체계에 대한 재구성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 업계에 기능하는 자율규제 기구는 닥사(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로, 2022년 테라·루나 사태 이후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개 거래소가 참여해 구성된 민간 협의체다. 상장 기준 마련, 상장폐지 심사, 시장 모니터링 등을 공동으로 담당해 왔으나, 그간 운영 방식과 권한 구조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돼 왔다.
민 의원은 “거래소들의 연합체인 닥사가 상장 심사와 시장 감시를 동시에 맡는 것은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며 “이제는 공적 권한을 갖춘 협회가 중심이 되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율규제의 실효성과 신뢰를 확보하려면 독립성과 투명성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닥사 자율규제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의는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 지난해 위믹스(WEMIX)의 두 번째 상장폐지 과정에서는 닥사의 심사 기준과 절차가 공개되지 않아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2023년 국정감사에서는 수이(SUI) 코인의 유통량 조작 논란과 관련해 닥사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 의원은 당시 국정감사에서도 “해외 발행 코인들이 대거 상장돼 손실이 발생하는 동안, 거래소는 수수료 수익만 수십억 원을 챙겼다”며 “상장과 감시 권한이 모두 거래소 측에 집중된 구조는 제도적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제적 사례와 비교해도 현재 한국의 구조는 특수하다. 미국의 블록체인협회, 일본의 가상통화교환업협회, 영국의 크립토유케이 등은 거래소 외 다양한 업계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민간 자율기구로 상장 또는 상장폐지에 대한 권한이 없다. 주요 국가에서는 금융당국이 상장 기준을 제시하고, 거래소는 해당 기준에 따라 자체적으로 심사하되 감독을 받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닥사는 상장 및 감시 과정에서 회원사 간 협의를 통해 일정 수준의 통일성과 기준을 유지해온 만큼, 시장 자율성이 전면적으로 축소되는 방식이 되지 않도록 제도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기존 민간 체계에서 축적된 실무 경험과 감시 기능도 새로운 협회 체계에서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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