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고대역폭 메모리) 품질 검증 문제로 엔비디아 납품이 지연되던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업계 2위 AMD와 협력키로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 공급망에 복귀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도 주목한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베네시안 엑스포에서 리사 수 AMD 회장이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뉴스1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베네시안 엑스포에서 리사 수 AMD 회장이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뉴스1

AMD는 12일(현지시각)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어드밴싱 AI 2025’ 행사에서 신형 AI 가속기 MI350X, MI355X에 삼성전자의 12단 HBM3E를 탑재했다고 발표했다. AI 반도체 고객사가 메모리 공급사를 직접 공개한 건 이례적인 일로 이번 협업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그간 HBM3E 퀄리피케이션 테스트(QT)에서 엔비디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비해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HBM4 샘플을 이미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내 HBM4 양산 계획을 공식화한 상태지만,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와의 협업 지연은 시장 신뢰에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AI 반도체 시장의 약 80%를 점유한 엔비디아와의 관계 복원이 삼성 HBM 전략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이유다.

이번 AMD와 협력은 기술력 입증과 브랜드 회복 측면에서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다만, 엔비디아 협업이 자동으로 수월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적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몇 년간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삼성전자로서는 반드시 엔비디아 공급망에 복귀해야 한다. 그러나 고객사마다 요구하는 HBM 특성과 기준이 달라 AMD와 협업했다고 안심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최병덕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AMD와의 협업은 삼성에 기술 신뢰도 회복과 고객 다변화 면에서 긍정적이다”라며 “HBM3E 기준에서는 엔비디아 QT 통과 가능성이 있지만, HBM4는 기술 난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