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나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주가 상승의 강도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장중 주가 30만원을 터치하며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한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6만원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과 투자자 신뢰가 주가 흐름을 가른 것으로 본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 이광영 기자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 이광영 기자

AI 핵심 수혜주로 '쾌속 질주'…SK하이닉스 시총 200조 돌파

SK하이닉스는 26일 장중 주당 30만원을 터치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6일 종가는 29만3000원을 기록하며 대선 전날(2일) 대비 41.2%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62조원 이상 늘어나며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시총을 넘어서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해 초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현재 시가총액이 100조원 정도인데, 3년 이내 200조원까지 하겠다”고 공언했다. 불과 1년여 만에 목표를 이룬 셈이다.

이 같은 상승세는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데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E 12단 제품을 단독 공급하고 있다. 기술력과 제품 믹스 전환에서도 모두 경쟁사를 앞선다.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 매출 중 HBM 비중이 50%를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5일 SK하이닉스에 대해 범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출하량과 평균판매단가(ASP)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32만원에서 34만원으로 상향했다.

JP모건은 “SK하이닉스가 HBM4에서도 기술 주도권을 이어갈 것”이라며 2027년 영업이익 60조3070억원, 목표주가 36만원을 제시했다. 또 맥쿼리는 2027년 영업이익을 최대 90조7000억원까지 전망하며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시장 내 독주를 예상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 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 삼성전자 

삼성전자, 수익성·기술 '디스카운트'…AI 수혜 기대 저하에 박스권 지속

반면 삼성전자는 26일 6만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선 전날 대비 주가는 6% 상승에 그치고 시가총액도 20조원쯤 증가했다. 24일 종가 기준 6만원대를 회복했지만 ‘6만전자’ 박스권에 갖혔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투자자 절반 이상은 손실 구간에 있고, 외국인 순매수도 SK하이닉스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테마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주가 부진의 핵심 이유로 지목한다. HBM3E 제품은 여전히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고, HBM4는 아직 샘플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AI 메모리 수혜에서 실질적으로 제외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기술 신뢰 부족은 단기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파운드리) 분야에서도 TSMC에 비해 수율과 고객 확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디스플레이, 모바일, 가전 등 전통적 캐시카우 사업도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이지 못하면서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하반기 실적 개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실적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 8만2000원을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 상승과 실적 개선 걸림돌로 작용한 HBM 품질 승인 이슈, 파운드리 적자 확대 등의 우려는 올 하반기부터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예정된 엔비디아 HBM3E 12단 품질 승인은 향후 삼성전자 D램 실적 개선의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