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핵심 공급업체인 중국 렌즈테크놀로지(Lens Technology)가 홍콩 증시 상장 추진을 통해 최대 48억홍콩달러(약 8300억원)를 조달한다. 본토 중국 기업들이 잇달아 홍콩에 ‘제2거래 거점’을 마련하는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렌즈테크도 대열에 합류했다는 분석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매장의 로고 모습. / 뉴스1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매장의 로고 모습. / 뉴스1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렌즈테크는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2억6200만주를 주당 17.38~18.18홍콩달러에 공모한다. 이는 선전 증시에서의 최근 종가(22.06위안)보다 최대 28% 할인된 가격이다. 회사 측은 내달 9일부터 홍콩에서 주식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렌즈테크는 스마트폰 유리 커버와 각종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본토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홍콩 이중상장(세컨더리 리스팅) 물결을 대표하는 사례 중 하나다. 실제로 올해 홍콩 기업공개(IPO) 자금 조달의 약 4분의 3이 본토 기업에서 나왔다. 중국 본토 자본시장이 규제 등으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만큼 비슷한 상장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렌즈테크는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제품·서비스 포트폴리오 확장, 해외 사업 및 생산능력 강화, 스마트 제조 분야의 수직계열화 고도화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대중 관세 압박을 재개했을 당시 일시적으로 수출에 타격을 받았다. 다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인상을 유예하면서 주가는 일부 회복했다. 애플은 렌즈테크의 최대 고객 중 하나로 지난해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중국 후난성 창사에 본사를 둔 렌즈테크 주가는 2월 고점 대비 약 26% 하락해 시가총액은 약 1100억위안(약 21조원) 수준이다.

이번 홍콩 상장은 중신증권(CITIC Securities)이 단독 주관한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