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가 인기 애니메이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웹툰·웹소설에 이어 애니메이션까지 이미 검증된 콘텐츠의 팬덤을 게임으로 끌어들여 초기 흥행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 컴투스, NHN 등 주요 게임사가 유명 애니메이션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게임 속에 정교하게 이식해 몰입도를 높이고 충성도 높은 팬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 웹소설, 애니메이션 등 인기 IP 기반 게임은 기존 팬층을 바탕으로 초기 유입이 수월하고, 글로벌 플랫폼 확산으로 해외 진출에도 유리하다”며 “익숙한 세계관과 캐릭터 덕분에 유저 몰입도가 높고, 검증된 설정을 활용해 개발 부담은 줄이며 콘텐츠 경쟁력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곱 개의 대죄, 최애의 아이 등 IP 전쟁 활활

넷마블은 오픈월드 수집형 RPG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개발하고 있다. 이 타이틀은 글로벌 누적 판매량 5500만부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일곱 개의 대죄’ IP를 활용했다. 최근 공개된 플레이 영상에는 멜리오다스, 반, 킹 등 주요 캐릭터는 물론, 요리·낚시 등 생활형 콘텐츠와 브리타니아 대륙의 일부 지역이 포함돼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작품은 원작 주인공 멜리오다스와 엘리자베스의 아들인 ‘트리스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멀티버스 세계관 기반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선보인다. 게임은 2025년 하반기 콘솔(플레이스테이션5), PC(스팀), 모바일 플랫폼에 동시 출시될 예정이다.

넷마블은 또 나혼자만 레벨업(이하 나혼렙) IP 기반의 별도 타이틀 ‘오버 드라이브’를 준비 중이다. 이 게임은 PC·콘솔 게임으로 액션성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컴투스는 올해 하반기 방영 예정인 애니메이션 ‘도원암귀’를 기반으로 한 RPG를 준비 중이다. 2026년 출시가 목표인 해당 게임은 3D 모델링 기술을 적용해 원작의 캐릭터와 스토리, 세계관을 정밀하게 재현했다. 컴투스는 대표작인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를 통해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등 인기 애니메이션 IP와 협업한 경험이 있어 이번 신작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NHN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IP를 활용한 퍼즐 게임을 개발 중이다. NHN은 과거 ‘요괴워치’ IP 기반 퍼즐 게임 개발 경험을 살려 ‘최애의 아이’가 보유한 강력한 팬덤을 결합,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TV 애니메이션 제 3기 방영은 2026년으로 게임은 올해 출시한다.

나혼렙이 쏘아올린 신호탄… 관건은 '철저한 원작 고증'

게임업계의 애니메이션 IP 선호 열풍은 넷마블의 성공 사례에서 비롯됐다. 넷마블은 2023년 3분기 웹툰 기반 게임 ‘신의 탑: 새로운 세계’로 분기 매출 315억원을 기록하며 IP 기반 게임의 수익 가능성을 입증했다. 2024년 5월에는 액션 RPG ‘나혼렙: 어라이즈’를 출시해 출시 당일 일간 활성 이용자수(DAU) 500만명, 일매출 140억원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흥행 성과를 거뒀다.

애니메이션 IP의 게임화 시도는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데 있다. 애니메이션 방영 등 원작 인기가 고조되는 시점과 맞물려 유저 확대를 노릴 수 있고 게임·웹툰·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로 팬덤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단순 IP 차용만으론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다. ‘IP 충성도’를 ‘게임’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선 캐릭터의 비주얼 퀄리티뿐만 아니라 세계관의 개연성, 게임성 등 3박자가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원작자와의 협업과 검수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나혼렙은 특히 3D 애니메이션 아트 스타일, 핵 앤 슬래시 게임플레이, 내러티브 요소 등 원작의 느낌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액션 게임의 재미를 더한 게임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넷마블 관계자는 “게임화 시도에선 원작 세계관과 게임 배경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팬들의 몰입을 높이기 위해 고유의 게임성과 캐릭터성을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연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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