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해보험이 메리츠화재에 내준 순이익 2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신사업 투자다. 해외시장 진출과 펫보험·요양산업 등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해 외형 확대와 수익성 제고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DB손해보험이 메리츠화재에 내준 2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조선DB
DB손해보험이 메리츠화재에 내준 2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조선DB

4일 보험업계에 의하면 DB손보는 최근 미국 자동차보험사 포르테그라 인수를 위한 실사와 펫보험 담보 출시 등 신사업 확대 전략을 가시화하고 있다. 

신사업 확대 전략은 정종표 DB손보 대표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종표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수익성 확보가 무엇보다 핵심"이라며 "효율 중심의 지속가능경영체계 구축과 신사업 조기 성과 창출"을 경영 방침으로 제시했다. 

그간 DB손보는 삼성화재에 이어 줄곧 2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2023년 메리츠화재에 밀렸다. 지난해 다시 2위 자리를 다시 탈환했지만, 올해 1분기 다시 역전을 허용했다. 메리츠화재가 4625억원을 올리는 동안, DB손보 4470억원에 그쳤던 것. 양사의 순익격차가 근소치로 줄어든 만큼, 정 대표의 조직 쇄신 의지도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양사의 순익 격차가 보험비용에서 벌어졌다고 진단한다. 메리츠화재는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889억원 늘어난 1조8060억원의 비용을 기록한 반면, DB손보는 4688억원이 증가하면서 지출규모가 3조2954억원이 됐다.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 등의 취급 비중이 낮은 메리츠화재가 비용관리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자기자본이익률(ROE)를 통해 뚜렷하게 나타난다. 메리츠화재의 지난 1분기 ROE는 33.7%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DB손보 ROE는 19.0%로 업계 평균 12%대를 상회하지만, 메리츠화재와 격차가 큰 편이다.

DB손보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목표하는 신사업은 ▲해외시장 진출 ▲펫보험 경쟁력 제고 ▲요양업 자회사 설립 등이다.

현재 DB손보가 인수를 추진 중인 포르테그라는 1978년 설립된 중견 자동차 보험사다. 자산 규모는 약 7조3000억원에 달한다. DB손보는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 법인을 통해 상업용 화재보험, 트럭 자동차보험 등을 판매 중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현지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을 본격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상황은 긍정적이다. DB손보는 지난해 국제 신용평가사 S&P로부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상향 평가받으면서, 해외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된 상태다. 해외 사업도 꾸준히 성장세다. 지난해 DB손보의 해외 부문 수입보험료는 7000억원에 달했다. 

DB손보는 자동차보험 수익성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DB손보의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은 97.1%로 주요 손보사 중 가장 낮았다. 업계 전반이 손익분기점(100%)을 넘긴 가운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한 셈이다. 시너지가 날 거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메리츠화재가 선점한 펫보험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반려동물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물병원 표준수가제 도입을 공약하면서 펫보험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진료 항목별로 표준 수가를 정해 병원 간 진료비 격차를 줄이면 보험료 산정과 정산 구조가 투명해져 펫보험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손보사 펫보험 계약 건수는 약 16만2111건으로 전년 대비 48.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DB손보는 신상품 출시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만 펫보험 관련해서 세 번째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1월에는 반려인이 입원한 경우 반려동물 위탁비용을 보장하는 특약을, 4월에는 개물림사고에 따른 형사처벌 시 벌금을 보장하는 특약을 내놨다. 5월에는 이상행동 교정을 위한 행동교정훈련비 담보를 새로 출시해 보장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 출시한 '개물림사고 벌금 보장' 특약은 반려동물이 사람을 물어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발생하는 벌금을 실손 보장하는 업계 최초 담보다. 해당 특약은 손해보험협회로부터 9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올해 들어서만 3번째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하며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요양산업 진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DB손보는 지난해부터 요양사업 자회사 설립을 검토해왔다. 올해는 사업모델 구체화와 기반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고령화에 따른 장기 돌봄 수요 증가를 선제적으로 포착해 보험업과의 연계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