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시장의 2분기 판매 증가를 이끈 ‘관세 패닉 바잉(panic buying)’ 현상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관세 대응 차원의 차량 가격 인상이 맞물리면서 3분기부터는 판매 둔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전경. / 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전경. / 현대자동차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신차 판매량은 423만6400대로 전년 동기(402만5000대) 대비 5.2% 증가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7% 성장하며 시장 1위를 유지했고 할인 공세를 펼친 포드는 14.2%, 도요타자동차 미국법인은 7.25% 각각 판매가 늘었다.

판매 증가 요인으로는 관세 인상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를 서두른 ‘패닉 바잉’이 지목됐다. 특히 한미 간 상호 관세 유예가 확정된 4월 9일 이후 신차 판매가 급등했다. 4월 미국 현지 완성차 판매량은 151만9900대로 전년 대비 10.5% 늘었고, 5월에도 2.5%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제조사들이 확보해 놓은 약 60일분 재고가 소화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가 6월 2일까지 가격을 동결한 것도 이 같은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재고가 바닥나고 차량 가격이 오르면서 6월에는 판매가 급감했다. 6월 미국 신차 판매는 전월 대비 5.4% 줄며 역성장했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4~5월의 선행 수요가 소진되면서 향후 수개월간 수요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현대차·기아의 상반기 성적은 양호했지만 월별 추이는 하락세다. 상반기 누적 판매는 89만3152대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하며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4월에는 16.3% 증가했던 판매가 5월 6.7%로 낮아졌고 6월에는 0.9%에 그쳤다.

가격 인상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스바루는 6월 생산분부터 평균 4.2% 인상했고, 볼보는 2026년형 모델부터 4% 인상 계획을 밝혔다. BMW는 7월 1일부터 최대 2500달러(약 340만원)까지, 포드는 매버릭·브롱코 스포츠·마하-E 등에서 최대 2000달러(약 272만원)를 올렸다. 도요타 역시 7월 1일부터 평균 270달러(약 36만원)를 인상했다. 미국 현지 신차 평균 가격이 4만달러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 이내 수준이다.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 / 현대자동차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 / 현대자동차

반면 현대차는 가격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은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하반기 전략의 핵심”이라며 “연말까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싼타페를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강화할 계획이며 최근 출시된 신형 팰리세이드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SUV 수요를 공략해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가격 인상 폭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제조사들이 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격을 인상했지만 관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25% 관세가 소비자가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인상 폭이 커질 경우 판매 둔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