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간은 고의사고 주의지역입니다. 안전운전 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주요 내비게이션 앱을 켜고 전국 35곳의 특정 도로구간을 지날 경우, 해당 안내 음성을 듣게 될 전망이다. 로터리, 복잡한 교차로 등 고의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에서 운전자에게 사전에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는 이달 17일부터 연말까지 전국 고위험 구간 35곳에서 고의사고 경고 음성 안내를 실시한다 / DALL-E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는 이달 17일부터 연말까지 전국 고위험 구간 35곳에서 고의사고 경고 음성 안내를 실시한다 / DALL-E

14일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는 이달 17일부터 연말까지 전국 고위험 구간 35곳에서 고의사고 경고 음성 안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티맵(TMAP) 등 대형 내비게이션 앱을 통해 운전자가 해당 구간에 진입하면 “고의사고 주의지역”이라는 안내 방송이 자동으로 송출된다. 대상은 수도권 18곳, 비수도권 17곳으로, 복잡한 차선과 통행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선정됐다.

자동차 보험사기는 꾸준히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총 5704억원으로, 전체 보험사기 적발액 1조1502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49.6%를 차지했다. 같은 해 손해보험업계 자동차 지급보험금 증가율(3.3%)을 상회했다.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으며, 수법도 더욱 조직적이고 지능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해자들은 보통 과실이 예상되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삼는다. 차선 변경 시 깜빡이를 켜지 않았거나, 일방통행에서 후진하는 차량, 교차로 통행 방법을 위반한 차량 등 법규 위반 가능성이 높은 상대 차량을 골라 고의로 사고를 유도한다. 이후 병원 치료비나 차량 수리비, 위자료 명목으로 합의를 유도하고 보험금을 타내는 방식이다.

이에 금감원과 손보협회는 사전 경고방송 외에도 일반대중에게 홍보효과가 크고 친숙한 TV 공익광고와 오프라인 홍보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공익광고에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을 섭외해 급증하는 조직적 자동차 고의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할 예정이다.

특히 지인이나 SNS 등을 통해 고의사고에 가담하라는 제안이 들어올 경우, 이를 수락하는 것만으로도 보험사기 공범으로 간주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최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단체 채팅방에서는 ‘고액 알바’, ‘운전 가능자 모집’ 등의 명목으로 일반인을 포섭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ㄱㄱ(공격)’, ‘ㅅㅂ(수비)’ 등의 은어를 써가며 조직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할 것을 제안한다. 오는 8월14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이러한 유인·알선 행위까지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오프라인 홍보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서울 광화문 대형 전광판과 시내 주요 버스정류장, 법인택시 옆면 광고 등을 통해 “고의사고는 고의범죄”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카카오내비·카카오택시 앱에도 팝업 알림과 관련 문구가 등장하고 있다. 오는 8월부터는 대형마트 매장 내 스크린, 병원 온라인 채널,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홍보도 병행할 예정이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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