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중앙은행의 거시건전성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행은 거시건전성정책 수단과 미시감독 권한이 없어 신속하고 일관된 정책 대응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ADB-BOK-JIMF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ADB-BOK-JIMF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한국은행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ADB-BOK-JIMF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여러 기관이 정책 수단을 나누어 보유하고 있는 경우 기관간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매주 정례적으로 만나 경제·금융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며 정책 공조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주요국과 달리 직접적인 거시건전성정책 수단과 미시감독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의 조율 과정에서 정책 강도나 방향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경우 정책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총재는 정책 기조가 금리 인하기로 전환된 지난해 8월의 사례를 소개하며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조합이 중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이 총재는 “당시 물가상승률 둔화로 통화긴축 강도를 완화할 수 있었지만, 서울 주택가격이 연율 20%에 달하는 급등세를 보이자 우선적으로 거시건전성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고, 그 정책효과를 확인한 후 통화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정부는 DSR 규제를 강화했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는 “이처럼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간 유기적인 공조는 통합적 정책체계(IPF) 적용의 유용성을 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금융감독 권한 확대를 요구했다. 국정위에 제출한 개편안에는 금리 이외에 금융 불안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없다며 DSR, LTV, 경기대응완충자본, 유동성커버리지비율 등 주요 거시건전성 수단 결정에 한은이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금융기관 단독검사권과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을 강조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은 중앙은행이 거시·미시건전성 정책 수단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한은은 이 같은 국제 사례를 국정위에 제시하며 정책 효율성 제고를 위한 권한 확대 필요성을 피력한 상태다.

또 현행 한은법상 한국은행은 은행과 금융지주에 한정된 공동검사 요구권만 갖고 있어, 비은행 부문에 대한 직접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단독검사권 행사를 통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금융기관도 단독검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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