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 진작을 희생하더라도 수도권 집값 상승을 막고 기대 심리를 안정시키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집값 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폭증이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는 임계 수준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집값 상승세가 쉽게 누그러들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이후 집값 안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이후 집값 안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한국은행 

한국은행은 10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수준에서 동결했다. 이날 동결 결정은 금융통화위원 전원 만장일치였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이후 정책 여건의 가장 큰 변화는 금융 안정 측면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크게 높아진 것”이라며 “기준금리 동결을 통해 과도한 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주택시장의 과열 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고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도권 부동산 문제는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고 사회적 피해, 젊은 층의 절망감 등을 주는 사회적 문제”라고 했다. 그는 “가계부채 수준이 GDP대비 90%에 가깝게 올라간 상황에서 더 커지면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는 임계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이다. 이 총재는 “8월이면 문제 해결이 되겠느냐 하면 어렵다고 본다”면서 ‘8월 추가 인하’ 기대감에 선을 그었다.

지난해 8월 기준 금리 동결 당시와 상황이 비슷하다는 질문에 “지난해 8월과 지금 통화정책 운용 여건이 다른 점은 집값 오름세가 수도권에 집중돼 상승 속도가 더 빠른 것”이라며 “지난해 ‘실기론’으로 많이 혼났지만, 금리 인하를 한번 쉬고 (집값 상승세가) 잡혀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는 그렇게 해피 엔딩이 금방 올지는 잘 모르겠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가계부채는 줄지 않았고, 부동산PF 문제도 발생했다”며 “거시건전성 정책이 말로만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은 경기가 나빠지면 수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국은행이 함께 거시건전성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며, 한국은행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가 감독하는 은행권이 아니라 비은행기관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비은행기관에 대한 조사와 감독 권한이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통화정책의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다. 8월 1일 미국 관세율이 달라지게 되면 경제 성장 전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부과하는 관세뿐 아니라 베트남, 멕시코, 중국 등의 관세정책이 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관세는 관세대로 오르고 부동산 가격은 잡히지 않으면 금융안정과 성장 간 상충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언제 금리를 낮출지, 최종금리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고 향후 데이터를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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