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비해 국내 보안 기업들이 인프라와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회가 뒤늦게 법제화에 시동을 걸면서 보안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되면 자사 기술력과 솔루션이 곧 시장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27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23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부처 주요 인사들과 태스크포스를 꾸려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주 발의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업계는 미국에서 최근 가상자산 3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법제화 논의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안 업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스테이블코인 관련 핵심 기술을 다듬고,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수호아이오는 2023년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증사업에 참여해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 기술력을 확보했다. 현재는 NHN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상용화에 대비한 정산 인프라 구축을 위해 컨소시엄 구성도 논의 중이다.
수호아이오 측 관계자는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모두 실시간 결제, 고신뢰 보안 인프라라는 공통 구조를 갖고 있어 기술적 전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라온시큐어는 정부 및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확보한 디지털 신원 인증(DID), 모바일 신분증, 지갑 솔루션 등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확대를 노리고 있다. DID는 사용자가 자신의 신원정보를 직접 관리·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술로, 스테이블코인을 보관·결제·전송하는 데 핵심 구성 요소로 평가받는다.
정우성 LS증권 연구원은 “라온시큐어는 블록체인 메인넷과 연동되는 DID 기반 인증 서비스를 SaaS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검증 건당 수수료 기반의 수익 모델로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드림시큐리티도 DID, 종단간(End-to-End) 보안, 지갑형 인증 기술 등을 앞세워 공공기관과 금융권에 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이 회사는 공개키 기반(PKI) 암호화 및 전자서명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디지털 서명, 생체인식, 온라인 본인확인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상용화가 현실화되면 디지털 자산을 담는 지갑 시장도 빠르게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 보관 기능을 넘어, 신원 인증과 금융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 경쟁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CT 기업들도 이미 이 흐름에 대비해 디지털 자산 지갑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은 ‘삼성 월렛’을 통해 암호자산과 신분증, 결제 기능을 통합하고 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클립(Klip)’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초기 단계에서 신뢰 확보가 핵심이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안 역량이 시장 진입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라며 “향후 2~3년간 보안 인프라에 대한 투자 수준이 국내 핀테크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