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0억원 넘는 자금이 몰리며 빠르게 확산되던 코인 대여 서비스가 출시 한 달도 되지 않아 사실상 중단됐다. 국내 양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이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투자 경고에 서둘러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종료하고 있다. 

30일 금융당국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업비트, 빗썸 등 5개 거래소 임원을 소집해 코인 대여 서비스 현황을 점검하고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

당국은 레버리지 유도와 이용자 보호 미흡, 거래소 건전성 훼손 가능성을 지적했으며, 특히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대여해 수수료를 받는 구조는 대부업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테더 대여가 대부업법 또는 파생상품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유권해석도 진행 중이다.

양대 거래소는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업비트는 28일 테더 코인 빌리기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고, 빗썸은 29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상승장·하락장 렌딩, 간편렌딩 등 기존 렌딩 상품을 종료하고 '코인대여(렌딩플러스)'로 일원화한다고 밝혔다.

종료 사유로 업비트는 '상품 구조 개선 및 자산별 관리 기준 강화', 빗썸은 '서비스 일원화를 통한 고객 혼선 방지'를 들었지만, 두 거래소 모두 당국 경고 직후 발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를 사실상 '정치적 후퇴'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코인 대여 서비스는 이달 4일 업비트와 빗썸이 나란히 출시했다. 업비트는 테더, 비트코인, 리플을 대상으로 담보금의 20~80%를 대여해주는 구조였으며, 빗썸은 원화 또는 보유 자산을 담보로 최대 4배까지 코인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두 거래소 모두 상환 기간은 30일로 동일했다. 이 구조를 통해 투자자들은 보유하지 않은 코인을 빌려 매도한 뒤, 가격 하락 시 다시 매입해 갚는 방식으로 사실상 공매도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출시 직후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빗썸에 따르면 29일까지 테더(1235억원), 비트코인(403억원), 리플(347억원) 등 세 종목에서만 총 2000억원 이상의 대여금이 몰렸고, 일부 자산은 신청 폭주로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대여 신청 규모는 약 1000억원, 누적 신청 규모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보유 자산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해당 서비스는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 운용 선택지를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장기 보유 성향이 강한 국내 투자자 특성상 단순 매매를 넘어 다양한 운용 모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당분간 제도화보다는 업계의 자율규제 정착에 방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은 추진 중이지만 시일이 걸리는 만큼, 거래소들과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국이 검토 중인 방안에는 ▲레버리지 한도 설정 ▲공매도 유사 상품 관련 투자자 교육 ▲사전 고지 강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는 자율규제 방향이 서비스 혁신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유연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관련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모호하거나 일률적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건전한 혁신이 제약받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되 시장의 자율성과 서비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정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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