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 흐름이 테슬라, 애플 등 전통적 빅테크 종목에서 스테이블 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종목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제도권 편입 기대감이 직접적인 투자 흐름에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인터넷(Circle Internet)이다. 순매수액은 2억2701만달러(약 3140억원)로 집계됐다.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인 코인베이스(Coinbase)가 1억7563만달러 순매수로 3위에 올랐고, 비트코인 채굴 기업인 비트마인(Bitmine)은 1억5096만달러로 5위를 기록했다. 로빈후드(Robinhood)도 순매수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로빈후드는 주식과 암호화폐를 함께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스테이블코인 간접 수혜주로 분류된다. 

이들 관련 종목의 총 순매수액은 약 4억8000만달러(약 6600억원)에 달한다. 기존에 비중이 높았던 테슬라(순매도 약 5억5000만달러), 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모두 순매도 흐름으로 전환된 것과 대조된다. 테슬라만 해도 이달 5억5000만달러 M7 종목 중 순매수가 확인된 기업은 엔비디아와 메타뿐이다.

테슬라는 서학개미의 외화 주식 보관 금액이 218억달러(30조원)에 이르는 대표 보유 종목이지만,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하루 만에 주가가 8.2% 급락했다. 연초 대비 하락률은 20%를 넘는다. 2분기 테슬라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고, 영업이익은 42% 감소했다. 앞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로보택시 사업과 자율주행 기술 확대 계획을 제시했으나, 주가는 발표 직후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서클과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관련 종목들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기대에 힘입어 투자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을 명시한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가 통과됐고, 이어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 CBDC 감시방지법 등 디지털 자산 관련 입법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한 관련주 뿐만이 아니라 이더리움을 대규모로 보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주목받고 있다.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는 최근 기준으로 56만 7000개(2조 8000억원)의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포츠 베팅 기업 샤프링크 게이밍(SharpLink Gaming)도 약 36만개(1조 8000억원 상당)를 보유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네트워크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어, 관련 법안 통과 이후 가격 상승 기대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ETH(이더리움) 및 SOL(솔라나) 보유 상장사 및 법인 / 쟁글
지난주 기준 미국 ETH(이더리움) 및 SOL(솔라나) 보유 상장사 및 법인 / 쟁글

실제 지난 한주간 서학개미들은 비트마인은 1억227만달러(약 1403억원), 샤프링크는 5612만달러(약 770억원)를 순매수해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7월 한 달간 주가 역시 비트마인은 850% 이상, 샤프링크는 120% 넘게 상승했다. 

쟁글 리서치센터는 “2025년 동안 미국 기업들은총 82.5만개의 이더리움(약 30억달러)과 솔라나 295만개(약 5억 3100만달러)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추세는 기업들이 단순한 디지털 자산 실험을 넘어서, 이더리움과 솔라나를 전략적 자산으로 적극 편입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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