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함께 열관리 냉각기술은 현대 데이터센터의 핵심입니다.”
LG유플러스 관계자의 말이다. AI 데이터센터(AIDC)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냉각 기술’이 업계의 새 화두로 떠올랐다. LG유플러스는 이를 선점하기 위해 평촌 제2인터넷데이터센터(IDC) 지하에 ‘액체냉각 데모룸’을 열었다. 국내 최초다.
직접 방문한 평촌2센터는 압도적인 규모였다. 지하 3층부터 9층까지, 축구장 6개 면적을 덮는 초대형 IDC다. 출입구에서 보안 게이트를 지나자마자 ‘가스절연차단기(GIS)’ 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전력에서 공급하는 154㎸ 초고압 전력을 받는 곳이다. 그 전력은 초고압 변압기를 거쳐 6.6㎸로 내려가고, 수배전반을 통해 다시 400V로 바뀐다. 결국 서버 장비에 공급되는 전기는 여기서 최종 조정된다.
곧이어 발전기실로 향했다. “정전 시 40초 이내에 자동으로 기동합니다.” 안내자가 설명했다. 발전기 한 대는 아파트 7000세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연료탱크와 배관은 이중화 설계다. 설비 규모와 안정성이 인상적이었다.
냉동기 구역도 지나쳤다. 건물 외벽 너머로 설치된 대형 냉각장비가 보였다. “아파트 실외기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장비 하나로 아파트 1200세대를 냉방할 수 있습니다.” 차가운 물은 여기서 만들어져 전산실로 흘러간다.
전산실에 도착했다. 수십 대의 서버랙이 정렬돼 있다. 차가운 바람이 끊임없이 분다. 실내 온도는 22~24도, 습도는 20~80% 사이로 유지된다. 집 안 타워형 에어컨처럼 냉방과 습도 조절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한계가 있다. 고성능 AI 서버가 많아질수록 열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LG유플러스가 액체냉각 기술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파트너사와 함께 기술 검증 중인 실증 데모룸이다. 액체냉각 기술 실증은 평촌2센터가 국내 데이터센터 중 최초다. AI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의 급증으로 업계에는 데이터센터 발열 문제가 화두다.
실제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비량 중 냉각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으로 발열관리는 AIDC 경쟁력과 직결된다. LG유플러스가 주목하는 액체냉각 기술은 업계 주를 이뤘던 기존 공기냉각보다 전략 소모가 적다.
LG유플러스가 데모룸에서 검증하는 액체냉각 기술은 ▲직접-칩 냉각(Direct To Chip Cooling)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으로 나뉜다. 직접-칩 냉각은 서버에 부착된 냉각판(콜드플레이트)을 통해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방식이며 액침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유가 담긴 수조에 서버를 직접 담가 발열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번 데모룸에서 진행되는 기술 실증에는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분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버티브(Vertiv), 쿨아이티 시스템즈(CoolIT Systems)를 비롯해 LG전자,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 등 국내외 주요 파트너들과 공동으로 참여했다.
앞으로 LG유플러스는 2027년까지 평촌2센터와 건립 예정인 파주 AIDC에 액체냉각과 데이터 냉방 효율화 기술(DCIM)를 함께 적용해 차별화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냉각 에너지 소비를 최대 10%까지 절감하는 게 목표다.
정숙경 LG유플러스 AIDC사업담당 상무는 "AIDC는 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서 다양한 AI 서비스가 전 분야에 확산됨에 따라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다"며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액체냉각과 DCIM 기술을 통해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AIDC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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