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연극 무대가 로봇과 인공지능(AI)이 펼치는 디지털 교육 현장으로 바뀌었다. 3일, 한국 최초의 사설 극장인 연흥사 터인 서울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KOTE에서 키르기즈 공화국(이하 키르기즈) 정보 교사 10명이 모였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정우성, 이하 ‘재단’)이 운영 중인 ‘디지털새싹’ 프로그램 체험이 이들에게 공개됐다.
한국의 디지털 교육을 체험하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 키르기즈 공화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논의된 교육 협력의 일환으로, 올해 4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키르기즈 교육부 간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 양국은 한국의 AI 교육 경험을 공유하는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공동 추진하며 실질적인 교육 협력에 나서고 있다.
이번 연수에는 키르기즈 교육부가 직접 선발한 정보교사 10명이 참여해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10일간 한국의 AI 교육 정책과 현장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체험한다. 디지털 새싹, SW 동행 프로젝트 등 방과후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고, 초등학교 수업 참관과 정보교사 콘퍼런스에도 참여해 한국형 교육 모델을 현장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연수 종료 후에는 자국 교사에게 전달 연수를 실시해 한국의 AI 교육 노하우를 현지에서도 확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3일 진행한 디지털새싹 체험은 그 중 하나의 일정으로 마련됐다.
로봇과 생성형 AI 수업에 몰입한 교사들
이날 키르기즈 교사들이 직접 체험한 수업은 크게 두 가지다.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보’를 활용해 연극을 기획하는 프로그램과 생성형 AI를 활용해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반영한 가상인간을 제작하는 콘텐츠 수업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디지털새싹 운영기관인 ‘써큘러스’가 개발했으며 한국 내에서도 모집인원이 3배 이상의 신청률을 기록할 만큼 관심을 받고 있다.
교사들은 로봇을 직접 조작하고 음성을 입력해 연극을 완성했으며, AI를 통해 나만의 디지털 캐릭터를 생성하는 과정에 몰입했다.
중학교 정보 교사인 바이알리에바 아이누르는 “파이썬 중심의 프로그래밍 수업만 경험했는데 로봇을 활용한 실습형 수업은 정말 신선했다”며 “교사인 저 자신도 매우 흥미로웠고, 학생들에게도 분명히 재미있고 유익한 수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새싹은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흥미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체험 중심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래 인재를 키우는 디지털새싹, 국경을 넘어 세계로
디지털새싹은 디지털과 새싹을 합친 합성어로, 미래를 주도할 디지털 인재를 키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정부의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국정과제에서 시작된 디지털새싹은 교육부, 17개 시도교육청,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도하고,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협력해 전국 초·중·고 학생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민관학이 힘을 모아 디지털 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국가적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날 현장에서 목승관 한국과학창의재단 실장은 “2022년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중심으로 시작한 디지털새싹은 주제와 학습자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발전해 컴퓨팅 사고력, AI 소양,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소양 등 네 가지 디지털 역량 체계가 도입됐다. 올해는 디지털 새싹 인재상을 설계해 240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디지털새싹의 목표는 디지털 교육 기회의 격차를 완화하고 학생들이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단순한 기술 소비자가 아닌 창의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교육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승관 실장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디지털새싹을 단순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장 운영기관을 성장시키고, 프로그램을 고도화하는 인큐베이팅 역할까지 수행 중이다"며 "지금까지 디지털새싹에는 약 74만명의 학생이 참여했고, 현장 교사와 학생들의 만족도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새싹 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형 콘텐츠가 아니라 수많은 전문가가 검증한 고품질 교육 콘텐츠다. 오늘 체험이 유익하고 의미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키르기즈 학생들에게도 디지털새싹 교육 기회를 함께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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