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이용 시 카드 접촉 없이 자동결제가 이뤄지는 ‘태그리스 결제 시스템’이 실효성을 놓고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 편의를 앞세워 확산을 노리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이용률은 0.1%에 그치는 등 소비자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 이런 가운데 롯데카드는 사업 철수를 결정한 반면, 티머니는 정반대로 서비스 확산에 나섰다.

인천교통공사가 전 역사에 설치한 태그리스 게이트 모습 / 인천교통공사
인천교통공사가 전 역사에 설치한 태그리스 게이트 모습 / 인천교통공사

5일 롯데카드에 따르면 회사는 자사 앱 ‘디지로카’를 통해 제공해 온 태그리스 결제 서비스를 이달 말까지 운영하고 종료한다. 해당 서비스는 경기도 일부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를 대상으로 디지로카와 연계해 제공돼 왔지만, 이용률 저조로 인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태그리스’는 근거리 무선 통신장치 등을 사용해 카드나 정보 인식용 칩을 단말기에 접촉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사용자 정보를 인식하는 시스템이다. 출퇴근 시간 시민들 개찰구 통과 시간을 줄이는 하이패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롯데카드는 과거 자회사였던 로카모빌리티(현 이동의즐거움)를 통해 해당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로카모빌리티는 교통카드 ‘캐시비’ 브랜드를 운영하던 롯데카드 자회사로 지난 2023년 롯데카드 품을 떠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롯데카드는 자사 앱카드에 태그리스 기능을 연계해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앱 기반으로 태그리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는 롯데카드가 유일하다.

그러나 경기버스, 시외버스 검표 연동을 포함한 모바일 기반 서비스도 사실상 실효성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시범적으로 운영해온 서비스였고, 이용률이 저조해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선 태그리스의 높은 이용 장벽이 문제로 지적된다. 앱 설치와 설정이 복잡하고, 결제 가능한 카드도 제한적이어서다. 환승 할인 등 실질적인 교통 편익도 충분히 연계되지 않아 실제 확산까지는 상당 시간 소요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태그리스 결제가 도입된 인천지하철의 경우 하루 평균 태그리스 이용자는 610여명으로 전체 62만명 승객의 0.1%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반복 사용보다는 체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시스템 간 연동이다. 수도권 내 태그리스 시스템은 앱과 단말기 규격이 사업자마다 다르다. 우이신설선은 티머니, 경기 광역버스는 이동의즐거움, 지하철 1~8호선은 삼원FA가 개발한 앱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태그리스 게이트를 통과해도 환승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선 이후 교통수단에서 실물 교통카드를 다시 찍어야 한다. 실질적인 ‘통합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 공간 구조가 복잡한 시내버스의 경우, 인식 오류나 오작동 우려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티머니는 오는 10월부터 서울 시내버스 580여 대에 태그리스 결제 시스템을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앞서 우이신설선 경전철, 인천지하철에 태그리스를 도입한 데 이어 세 번째 확장이다.

티머니는 장비 설치부터 기술 운영, 앱 연동, 인식률 검증까지 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태그리스 인식 정확도와 시민 반응, 비용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티머니 태그리스 사업 확대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의지가 강하게 맞물렸다. 앞서 오세훈 시장은 공약 과제로 태그리스 시스템 확대를 내걸었다.

다만, 업계에선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태그리스 사업이 확산될 경우, 예산 낭비와 시스템 혼선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바일 기반 교통결제 시스템은 이미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소비자가 선택할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면 시장은 외면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지역간 시스템 연동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경우 한양대학교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기술 혁신 측면에서 태그리스 시범 사업 확대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활용성 측면에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당장 경기, 인천, 서울 지역의 결제 시스템부터 달라 이용하고자 하는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단기간 이용률이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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