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카드론 규제 등으로 카드사 본업 수익성이 약화하는 가운데 이자비용까지 급증해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비용 압박이 순익 부진으로 직결되면서 이자비용 관리가 성패를 가른 핵심 요인으로 자리한 모습이다.

카드사 상반기 이자비용이 2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비용 부담이 커졌다 / DALL-E
카드사 상반기 이자비용이 2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비용 부담이 커졌다 / DALL-E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업 카드사 7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카드)의 이자비용은 2조369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1912억원보다 1786억원 늘어난 규모다.

카드사별로보면 ▲신한카드 5531억원(전년比 23.6% 증가) ▲삼성카드 2805억원(+12.5%) ▲현대카드 3727억원(+6.5%) ▲롯데카드 3739억원(+5.2%) ▲KB국민카드 3956억원(+0.4%) ▲우리카드 2125억원(-2.7%) ▲하나카드 1715억원(-3.0%)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곳은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였다. 신용판매 규모가 큰 두 회사에서만 이자비용이 13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신한카드는 이자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1055억원 넘게 늘면서 업계 평균 4배를 웃도는 증가율을 보였다.

회사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단기차입 위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차입금은 주로 1년 미만의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다. 신한카드는 2022년 하반기 이후 여전채 금리가 6%대까지 치솟는 등 조달 여건이 악화하자, 이자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기차입금을 대폭 늘렸다. 

실제 지난 1분기 기준 신한카드의 전체 차입금 이자 687억원 중 단기차입금 이자 비중은 671억원으로 타 카드사 대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도 전년 동기 대비 이자비용이 311억원 가량 증가했다. 최근 여전채 금리가 다소 낮아졌지만, 과거 발행했던 고금리성 채권금리 영향에 따라 이자 비용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비용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자비용 증가는 곧장 실적에 반영됐다. 올해 상반기 7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1553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4230억원 대비 19.3% 감소했다. 전체 순익 감소분 2677억원 중 이자비용 증가액(1786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6.7%에 달한다.

특히 이자비용은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성적표를 가르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상반기에만 5531억원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한 신한카드는 올해 반기 순익이 24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급감했다. 이자비용이 전년보다 1000억원 가까이 늘면서 부담이 커졌고, 여기에 대손충당금까지 겹치면서 충격이 배가됐다.

삼성카드 역시 이자비용 증가액이 311억원 넘게 늘어난 2805억원을 기록했지만, 신한카드에 비해 비용 증가 폭이 적었다. 이에 따라 3356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1위를 자리를 유지했다.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가 포화 상태인 가운데, 자금 조달 효율성이 곧 순익 안정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이 더 어둡다는 점이다. 6월 말부터 시행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로 카드론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고, 경기 둔화로 연체율이 높아지면 대손충당금 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까지 이어지면서 카드사들의 수익 기반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용 관리 능력에 따라 카드사 실적 성패가 갈리는 만큼 효율적 조달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향후 비용 증가 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영업전략을 짤 수밖에 없어 소비자 혜택을 공격적으로 늘리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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