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에서 iM뱅크로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했던 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 겸 iM뱅크 행장이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뱅크’를 내세췄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이름만 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디지털 전환과 건전성 개선 등 외형 확장과 내실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일각에서는 그룹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는 황병우 체제의 전략적 한계론이 제기되며 올 연말 인사에서 겸직 체제를 마무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iM뱅크 영업점 수는 올해 3월 말 기준 197개로, 지난해 말 201개에서 4곳이 줄었다. 지점과 출장소를 나눠 보면 같은 기간 지점은 140개에서 130개로 10곳 감소한 반면, 출장소는 61개에서 67개로 늘었다. 비용 부담이 큰 지점 대신 출장소 중심으로 영업망을 재편한 셈이다.
황 행장은 지난해 5월 시중은행 전환 직후 “향후 3년간 대구·경북 외 전국적으로 14개 점포를 새로 열겠다”고 공언했지만,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울 2곳, 경기 1곳, 강원 1곳, 충청권 2곳 등 6곳 개설에 그쳤다. 대신 대구 지역 지점 7곳과 경상권 3곳을 폐점해 순증 규모는 미미하다.
이 과정에서 대구 지역 지점 통폐합과 함께 전국 단위 영업망 확장을 시도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강원도와 충청권 등 ‘지역 거점’에 신규 영업망을 열었으나, 원주센터는 10층, 청주 금융센터는 4층에 위치해 있다. 대부분 1층 입점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시중은행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명목상의 확장’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황 행장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강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은행’ 모델을 강조하며, 지점 확대와 함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병행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디지털 부문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앱 가입자는 402만9000명으로, 지난해 말(388만명)보다 3.7% 늘었지만, 2023년 한 해 증가율(12.9%)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 월간활성이용자(MAU) 역시 130만명에 그쳐, 플랫폼 경쟁력이 여전히 약하다는 평가다.
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MAU가 1372만명, 카카오뱅크가 1990만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격차는 더욱 커 보인다.
실적 측면에서도 당기순이익은 개선됐지만 건전성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올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256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부진을 털었다.
그사이 건전성 지표는 악화했다. 2분기 NPL 비율은 0.94%로 전년 동기(0.76%)보다 0.18%포인트 상승했고, 연체율도 같은 기간 0.71%에서 0.93%로 뛰었다.
그나마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BIS비율이 각각 15.52%, 17.52%로 전년 대비 1.87%포인트, 1.16%포인트 개선됐다. 그나마 이것도 최근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을 확충한 결과다.
CET1 비율 제고와 가계대출 규제 대응을 위한 조치로, 시중은행 전환 당시 발표한 5년간 총 7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의 일환이다. 지난해 6월과 11월 각각 1000억원씩 증자를 진행한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순한 자본 확충만으로는 시장 점유율 확대나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황 행장의 겸직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겸직 구조가 초기에 결속력과 추진력을 높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의사결정 다변성과 전략 전문성을 저해한다는 분석이다.
황 행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1년 임기를 부여받았으며,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오는 9월 말에는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으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본 확충 이상의 경쟁력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수십년 이어온 지방은행의 틀을 깨기 위해 단기적으로 도전이고 과감한 비전을 세우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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