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박 수주량이 반토막 난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사업의 본격화, 미국발 에너지 수출 등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 한화그룹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 한화그룹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7월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203만CGT(표준선 환산톤수·58척)으로 전년 동월 대비 58% 감소했다.

7월 누적 수주량도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전 세계 누적 수주량은 2326만CGT(788척)로 전년 동기 4765만CGT(1973척) 대비 51% 감소했다.

전 세계 수주량은 올해 들어 매월 전년 대비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1월 146만CGT(51척·74% 감소), 2월 207만CGT(50척·62% 감소), 3월 150만CGT(58척·71% 감소), 4월 364만CGT(75척·56% 감소), 5월 166만CGT(71척·55% 감소), 6월 256만CGT(84척·81% 감소) 등 매월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세를 보였다.

전 세계 수주량 감소세는 한국의 수주량에도 나타났다. 한국은 올해 7월까지 누적 수주량 524만CGT(123척)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특히 전반적인 수주 감소세에 한국 조선업계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마저 줄었다.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상반기 LNG 운반선 수주는 8척에 그쳐 전년 동기 65척에 비해 87.7% 급감했다.

전 세계 수주량 감소세는 미국의 관세 여파로 정세가 불안해진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발주가 지연되는 이유는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 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향후 미국발 수주 훈풍을 기대하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본격화와 미국의 LNG 수출 확대로 슈퍼 사이클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정부가 대미 무역 협상에서 미국에 제안한 한·미 조선업 협력 방안이다. 여기에는 한국 민간 조선사들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대출·보증 등 금융 지원을 포괄하는 패키지로 구성됐다. 미국 선박 유지·보수(MRO) 수요를 한국에서 우선 처리·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류민철 한국해양대 교수에게 의뢰해 발간한 ‘미국 조선산업 분석 및 한·미 협력에서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 정부는 자국 조선업 재건 정책으로 오는 2037년까지 상선과 LNG 운반선, 해군 군함 등을 포함해 403척에서 최대 448척 선박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 추진과 함께 텍사스, 루이지애나를 중심으로 LNG 수출 거점을 구축 중이다. 미국의 LNG 수출이 늘면 LNG 운반선 수요도 함께 증가해 국내 조선사들이 수혜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북미산 LNG 수출량이 오는 2027년까지 연간 1억t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필요한 LNG 운반선은 170척이 발주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 내 존스법 개정에도 기대하고 있다. 존스법은 미국 건조, 미국 국적, 미국인 운영의 상선만 미국 바다를 다닐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는 그동안 마스가 프로젝트의 걸림돌로 꼽혔다.

하지만 미국에서 8월 1일 에드 케이스 민주당 의원, 제임스 모일런 공화당 의원이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Merchant Marine Allies Partnership Act)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한국 등 동맹국에 상선 수리, 건조·개조 등을 맡길 수 있으며 동맹국에서 생산된 선박에 수입 관세를 면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유지·보수(MRO) 중심의 한·미 조선 협력이 상선 건조·개조까지 넓어질 수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는 빠른 납기, 실전 운용 이력을 갖춘 수상함·잠수함 라인업, 경쟁력 확보와 우수한 조선 역량 바탕으로 한 현지화 대응이 장점”이라며 “MRO 수주는 비전투함 중심에서 전투함까지 확대되면서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이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