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 요정
이태연 지음 | 동아시아 | 372쪽 | 2만원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는 대형 벽화 ‘전기의 요정’에 인류 문명을 바꾼 전기와 과학의 역사를 화려한 색채와 경쾌한 선으로 담아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과학의 발전을 이끈 인물들과 발명품이 한 화면에 어우러진 이 그림은, 미술 전공자보다 오히려 전자기학 전공자들에게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이태연 작가는 이 벽화를 마주한 순간의 감동을 출발점으로 삼아, 전자기학의 기원과 발전사를 추적하는 책 ‘전기의 요정’을 내놨다.
책은 탈레스가 호박을 문지르며 전기를 관찰하던 고대 그리스에서,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 완성, 테슬라와 에디슨의 전류 전쟁, 아인슈타인의 빛 연구와 양자역학의 서막까지, 전자기학의 흐름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서사적으로 풀어낸다. 단편적으로 기억되던 앙페르, 패러데이, 맥스웰의 발견을 시대적 맥락 속에 배치해 과학의 연속성과 인간적인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
저자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인물과 사건, 시대의 전환점에 집중했다. 무명의 학자와 사라진 시도까지 포괄해 통신·반도체·디스플레이·제어 등 현대 산업 전반으로 뻗어간 전자기학의 뿌리를 재조명하며, 동양권 과학 교육에서 생략된 서구 과학사의 맥락을 복원하려 했다.
구성은 1부 ‘유럽 전기 혁명의 미명’에서 고대와 계몽주의 시대의 전기 실험을, 2부 ‘힘에서 장으로, 전자기학의 탄생’에서 낭만주의와 프랑스 혁명기의 과학자들, 맥스웰 방정식의 등장 과정을, 3부 ‘맥스웰의 유산과 한계’에서 캐번디시 연구소, 발명가의 시대, 양자 세계로의 진입을 다룬다. 에필로그에서는 학문적 전통의 계승과 한국인의 노벨상 도전기를 덧붙였다.
저자는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듯 전자기학도 편안히 바라본다면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창의와 도전을 발견할 수 있다”며 이 책이 전자기학이라는 거대한 숲을 한눈에 조망하는 지도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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