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를 지구 밖 데이터센터에서 운용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파트너는 우주 데이터센터 전문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다. 엔비디아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실은 위성 발사를 앞두고 있다.
13일(현지시각)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에서 열린 ‘한국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행사에서 제미나이를 우주 데이터센터에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맷 라이더나워 구글 미국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총괄은 “스타클라우드는 곧 GPU 장착 위성을 쏘아 올릴 예정으로 구글 클라우드가 이를 지원하고 있다”며 “우주 데이터센터에서 제미나이 모델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4킬로미터(㎞) 크기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며, 함께 일하는 팀의 역량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스타클라우드는 2024년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서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설립 직후 글로벌 벤처캐피털 Y콤비네이터와 앤드리슨 호로비츠 등으로부터 2100만달러(약 292억원)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지름 4㎞ 규모의 초대형 태양광·냉각 패널을 갖춘 5기가와트(GW)급 궤도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대규모 연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냉각이라는 데이터센터 운영의 두 가지 핵심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는 태양광 발전을 활용해 전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진공 상태와 극저온 환경을 활용하면 냉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의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 휴스턴의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를 비롯해 여러 스타트업이 이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위성에 탑재될 엔비디아 H100 GPU는 ‘호퍼(Hopper)’ 아키텍처 기반의 최신 데이터센터용 가속기다. 최대 80GB의 HBM3 메모리를 지원하며, FP8 연산에서 최대 4000테라플롭스(TFLOPS) 성능을 낸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추론과 생성형 AI 서비스, 복잡한 과학 시뮬레이션 등에 최적화돼 있다. 또한 NVLink와 NVSwitch를 통한 고속 GPU 간 연결로 확장성이 뛰어나며, 전력 효율성에서도 이전 세대 대비 큰 폭의 개선을 이뤘다.
업계는 제미나이의 우주 데이터센터 가동이 상용화되면 지연(latency) 최소화와 확장성 측면에서 새로운 AI 서비스 모델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 위성 네트워크와 지상 클라우드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기후·지질·우주과학 등 대규모 데이터 분석뿐 아니라 실시간 다국어 번역·고화질 영상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능 향상이 기대된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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