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질환 치료제 ‘이가탄’, 변비치료제 ‘메이킨’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명인제약이 창립 40년 만에 자본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그동안 탄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비상장 기업으로 ‘은둔강자’ 행보를 이어온 명인제약이 돌연 기업공개(IPO)에 나선 배경을 두고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명인제약이 창립 40년 만에 자본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 명인제약
명인제약이 창립 40년 만에 자본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 명인제약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340만주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4만5000~5만8000원으로 총 공모 금액은 1530억~1972억원 수준이다.

명인제약 유가증권시장 상장 공모를 위한 공모가액 결정 절차는 10월 9일 수요예측 안내공고로 이어진다. 수요예측은 공고 직후부터 내달 15일까지 진행되며 공모가액은 17일 확정·공고된다.

증권사와 명인제약은 수요예측 결과와 증시 상황 등을 감안해 공모가액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에 앞서 명인제약은 9월 22일부터 10월 12일까지 기업 IR을 실시한다.

명인제약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2024년 매출 2694억원, 영업이익 927억원, 순이익 686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30%에 육박하는 성과를 냈다.

80% 이상 매출이 항우울제·조현병 치료제 등 중추신경계(CNS) 전문의약품에서 나오며 ‘푸록틴’, ‘뉴프람’, ‘리스펜’, ‘뉴로자핀’ 등 정신질환 치료제가 주력 제품군이다.

회사는 IPO를 통해 조달한 1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생산능력 확충과 글로벌 신약 상용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경기 화성시 발안2공장 신축에 1085억원을, 운영자금 424억원을 책정했다.

발안2공장은 펠렛(Pellet)·캡슐 전용 생산시설로 연간 6억 캡슐 생산이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다. 펠렛은 약물 방출 속도를 조절하는 DDS(약물전달기술)이 적용된 제형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시장에서 국산화와 함께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진출의 발판이 된다.

또한 명인제약은 글로벌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탈리아 뉴론(Newron)과 손잡고 치료저항성(TRS) 조현병 치료제 ‘에베나미드(Evenamide)’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600명 환자 중 10%를 한국에서 모집해 임상을 진행하며 총 350억원이 투여될 예정이다.

에베나미드는 기존 항정신병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을 겨냥한 혁신 신약으로, 국내 21만명 조현병 환자 중 30~50%가 해당되는 치료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명인제약은 이번 상장을 통해 CNS 전문 제약사에서 글로벌 신약 개발사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CDMO 확대와 글로벌 임상이라는 투트랙 전략은 단순 내수 강자에 머물던 기업을 세계 무대 경쟁자로 끌어올릴 수 있는 승부수이기도 하다.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 / 명인제약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 / 명인제약

그러나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상장을 ‘상속세 절감 목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77세가 된 창업주 이행명 회장은 현재 지분 90.9%를 보유하고 있으며, 두 딸 이선영·이자영 씨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전체 지분율은 95.3%에 달한다.

기업가치 추산 5000억원 이상인 상황에서 상속이 이뤄질 경우 최대주주 할증까지 적용돼 상속세율이 60%에 달한다. 이는 곧 수천억 원대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가업 승계 공제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두 딸이 경영 참여 이력이 부족해 ‘10년 이상 직접 경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녀 이선영 씨는 지난해 사내이사로 취임했으나 1년 만에 물러났고, 차녀 이자영 씨는 개인 회사 ‘메디커뮤니케이션’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상속 정당성 논란을 키운다. 과거 명인제약은 매출의 20%에 달하는 광고비를 이자영 씨 개인 회사에 지급했고, 2016년 메디커뮤니케이션이 사옥을 매입할 때 명인제약이 보증을 선 정황도 드러났다.

결국 IPO를 통해 상장사가 되면 비상장 주식 평가방식(순자산·이익가치)에 비해 시장 시세로 상속세 과세가 이뤄진다. 만약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된다면 상속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일부 신주 발행으로 지분 희석이 이뤄지면 과세 대상 주식 수 자체도 줄어든다.

그럼에도 업계는 명인제약이 상장을 통해 대대적인 성장 전환점을 맞아 국산 CNS 약물 시장을 확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명인제약의 상장 이유에 대해 CDMO·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도전과 승계 이슈 등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명인제약은 명실상부 국내 대표 전통 제약사로 오랜 명성과 CNS 분야의 강점을 자랑하고 있는 만큼 분명한 건 이번 IPO가 단순한 기업공개가 아닌 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