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무대에서 삼성전자와 SK가 나란히 엔비디아와 접점을 넓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조우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가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E 공급을 계기로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를 절실히 모색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이미 확보한 독점적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 과제다.

/ 챗GPT로 생성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악수하는 모습. 
/ 챗GPT로 생성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악수하는 모습.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25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 직후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젠슨 황 CEO와 협력을 논의했다.

공급망 진입 절실한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과 젠슨 황 CEO가 포옹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협력 강화 기대감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두 수장의 친밀한 모습을 삼성전자가 HBM3E 퀄리피케이션 테스트를 순조롭게 통과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메모리사업부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그래픽용 D램(GDDR)을 공급했고, 파운드리사업부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8나노 공정으로 위탁 생산한 바 있다.

HBM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부품이자 수익성을 좌우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에는 반드시 필요한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만큼,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는 것이 절실하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HBM3E 공급을 위한 퀄리피케이션 테스트 통과에 집중하고 있다. 차세대 제품인 HBM4 공급을 위해 엔비디아에 샘플도 전달한 상태다.

SK하이닉스, 독점 지위 유지 관건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의 HBM3 독점 공급을 계기로 젠슨 황 CEO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세계 최초로 HBM3E 양산에 성공하며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연내 양산을 통해 엔비디아와의 공고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와 2026년 HBM4를 포함한 공급 계약을 협상 중이다. 당초 상반기 내 공급 규모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공급망 다변화’를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그룹 총수가 한미정상회담에서 젠슨 황 CEO와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행보다”라며 “황 CEO 입장에서는 현재 SK하이닉스가 핵심 파트너지만, 안정성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의 공급망 진입을 내심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