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한·미 조선 협력안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추진 의지를 직접 보여준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미국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 호 명명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한화필리조선소 데이비드 김 대표, 조현 외교부 장관, 조쉬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이재명 대통령,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토드 영 미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 한화그룹
이재명 대통령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미국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 호 명명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한화필리조선소 데이비드 김 대표, 조현 외교부 장관, 조쉬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이재명 대통령,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토드 영 미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 한화그룹

이 대통령은 미 해사청(MARAD)이 발주한 국가안보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 명명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위성락 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이 동행했다. 미국 측에서는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토드 영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메리 게이 스캔런 연방 하원의원이 함께했다. 한화그룹에서는 김동관 부회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마이클 쿨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글로벌부문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대한민국 조선업이 미국 해양 안보를 강화하고 미국 조선업 부활에 기여하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나선다”며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한·미 조선업이 함께 도약하는 ‘윈윈(Win-Win)’ 성과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트럼프 대통령께 제안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프로젝트’는 단순히 군함과 첨단 선박을 건조하는 것을 넘어, 사라진 꿈을 회복하는 거대한 비전”이라고 덧붙였다.

행사 후 이 대통령은 골리앗 크레인과 도크를 둘러본 뒤 방명록에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인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길 기대한다”라고 서명했다.

필리조선소는 1801년 미 해군조선소로 설립돼 2차 세계대전 당시 군함 50여척을 건조하고, 이후 500여척을 정비·개조한 역사를 지닌 조선소다. 1997년 민영화됐으며, 지난 2024년 12월 한화그룹이 인수했다. 한국 조선사가 미국 현지 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는 이날 명명식을 가진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를 포함해 미 해사청으로부터 총 5척, 3억달러 규모의 국가안보다목적선을 수주했다. 해당 선박은 평시에는 해양대 사관생도 훈련용으로, 비상시에는 재난 대응과 구조 임무에 투입된다.

또 한화해운은 필리조선소에 중형 유조선 10척과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했다. 유조선 10척은 모두 필리조선소에서 단독 건조되며, 첫 선박은 2029년 초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마스가 프로젝트의 첫 결실이다.

한화그룹은 이날 필리조선소에 총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금은 한·미 간 관세 협상 당시 발표한 1500억달러(약 210조원) 규모의 조선산업 협력펀드에서 조달한다. 이를 통해 도크 2기와 안벽 3기 추가 확보, 12만평 규모 블록 생산기지 신설 등 현재 연 1~1.5척 수준인 건조능력을 20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NG 운반선, 함정 건조와 함께 한화오션의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야드 시스템도 도입한다.

김동관 부회장은 환영사에서 “조선산업을 매개로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며 “이번 명명식은 양국이 조선산업을 재건하고 선박 건조 역량과 인재 양성에 투자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는 미국 조선산업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