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디지털 서비스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추가 관세와 수출 제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플랫폼스 최고경영자(CEO)가 백악관 회의에서 디지털세에 우려를 전한 지 며칠 만에 나온 조치다.
29일 블룸버그는 해당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디지털세에 관한 걱정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저커버그는 해외에서 부과되는 디지털세가 메타 같은 미국 IT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세는 특정 국가의 사용자로부터 발생한 매출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재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페인, 영국 등이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메타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왓츠앱 광고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올리고 있어, 이들 국가의 디지털세가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 기술 기업을 공격하는 국가에 맞서 싸우겠다”며 디지털세가 철회되지 않으면 반도체에 대한 관세와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 최대 기술 기업은 완전한 자유를 누린다”며 유럽의 규제를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세를 포함한 불공정 조치에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며 “EU를 포함한 무역 협상에서도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는 성명을 통해 저커버그 CEO와 트럼프 대통령이 회동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저커버그 CEO가 “국내 인프라 투자와 미국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저커버그 CEO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과거 대통령이 그를 ‘범죄자’라고 비난하던 시기와는 달리, 최근 들어 개선되는 분위기다. 저커버그 CEO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후원, 마라라고 리조트 방문, 워싱턴 부동산 매입 등을 통해 관계 강화를 시도해 왔다.
이번 회동에서는 AI, 유럽의 규제 문제, 그리고 루이지애나에 건설 예정인 메타 데이터 센터 투자 건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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