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은행들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가능해지지만 실제 판매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세부 규정과 가이드라인이 확정돼야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LS 판매를 통한 단기 수수료 이익보다 제도에 부합하는 안전한 판매가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어 은행권의 신중 모드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의 주가연계증권(ELS) 재판매 시점이 안갯속이다./DALLE
은행권의 주가연계증권(ELS) 재판매 시점이 안갯속이다./DALLE

3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은행의 ELS 재판매가 가능해지지만 실제 판매에 나서는 곳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제도적 기반과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모두 확인한 뒤 판매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홍콩H지수 기초 ELS 현황 및 대책’을 통해 제한적 판매 재개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일반 영업점이 아닌 ‘거점점포’에서 전담 직원이 별도의 창구를 통해 판매하도록 하고, 판매 실적이 직원 인센티브와 연동되지 않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당국은 미스터리 쇼핑 등을 통한 수시 점검도 예고했다.

다만 제도적 정비와 가이드라인 확정은 아직이다. 지난 25일까지 입법예고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은 9월 발의될 예정이며, 그 주요 내용은 ▲투자자 성향평가 강화 ▲핵심설명서 구조 개선 ▲부당권유와 형식적 보고서 관행 금지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총괄기관 역할 확대 등이다. 

여기에 더해 거점점포 지정 기준, 전담 인력 배치 요건 등 금융당국의 세부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금융위원회 신임 위원장의 청문회가 내달 2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실제 확정은 새 위원장 취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이 본격적인 판매 시점을 10~11월로 전망하는 이유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판매 재개를 준비 중”이라면서도 “향후 금소법 시행령과 감독 규정 등 제도 개선 및 법령 개정이 완료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제시한 완전판매 원칙과 소비자보호 기준에 맞춘 정비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LS 판매가 중단된 동안 은행들은 방카슈랑스나 펀드 판매를 늘려 수수료 수익을 보완해왔다. 특히 지난 4월 금융당국이 ‘방카슈랑스 25%룰’을 20년 만에 35%까지 허용하면서 방카슈랑스의 비중이 커졌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 실적은 올해 상반기 2조6000억원을 넘었고, 판매 수수료는 반기 기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은행권을 압박하는 더 큰 변수는 제재다. 새로 취임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ELS 사태가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하게 질타하며, 판매 문화 전반의 변화를 주문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누스1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누스1

이 원장은 소비자보호 강화와 금융범죄 엄정 대응을 핵심 기조로 제시했다. 제재심에서도 이 원칙을 기반으로 강경기조가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은 이르면 내달 제재심의위원회에 ELS 과징금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과징금 산정 기준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57조에 따르면 불완전판매 등 위반 행위로 체결된 계약에서 금융사가 얻은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당국은 ‘수입’을 판매수수료가 아닌 ‘판매금액’으로 해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은행권의 ELS 판매 규모 약 15조4000억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과징금이 최대 7조원 수준이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자율 배상이 대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과징금까지 중복 부과된다면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사적 배상을 제재 감경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뒤집는다면 업계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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