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에 징벌적 금융 조치를 시행한 것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고 판단했다.
31일 로이터, 가디언, BBC 등 외신에 의하면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미국 법이 부여하는 대통령의 권한에 관세나 세금 부과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7대 4로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합법적인 행위인지 여부는 대법원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 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자신이 무역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부과는 보통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연방 항소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부과한 것을 말한다. 당일 미 행정부는 미국의 교역 상대국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미국을 부당하게 대우했다고 주장한 관세에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펭귄이 서식하는 무인도에도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항소법원의 판결은 5월 뉴욕 연방법원의 판결을 대부분 인용했다. 하지만 관세를 즉시 폐지하지는 않았다. 항소법원은 이번 판결을 10월 14일까지 유예했다. 가디언은 항소법원이 보수 성향이 강한 대법원에 트럼프 행정부가 항소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고 봤다. BBC는 미국 대법원 판사 9명 중 6명이 공화당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으며 그 6명 중 3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임명된 이들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관세 판결은 세계적인 경제적 파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BBC는 대법원이 항소법원의 판결을 확정한다면 미국이 관세로 징수한 수십억 달러 상환 여부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BBC는 또 “한국, 영국, 일본 등이 8월 미국과 체결한 개별 무역협정에 혼란이 생길 것이다”라며 “만약 대법원이 항소법원 판결을 뒤집는다면 미국 대통령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관세를 외교적 무기로 활용할 선례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판결에 철강·알루미늄 등 특정 부문에 부과된 관세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CNBC는 트럼프 행정부가 부문별 관세를 활용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법적 다툼을 피하기 위해 철강·알루미늄 등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