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위성통신사 에코스타(EchoStar)로부터 AWS-4와 H블록 주파수 라이선스를 약 170억달러(약 23조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주파수 자산을 대규모로 인수하며 글로벌 통신 시장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날 에코스타와의 계약을 통해 AWS-4와 H블록 주파수 라이선스를 약 170억달러(약 23조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인수 대금은 현금 최대 85억달러와 스페이스X 주식 최대 85억달러로 구성됐다. 여기에 더해 스페이스X는 오는 2027년 11월까지 에코스타 부채에 대한 현금 이자 약 20억달러를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계약에는 장기 상업 제휴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에코스타가 운영하는 이동통신 브랜드 부스트 모바일(Boost Mobile) 가입자들은 클라우드 기반 5G 코어망을 활용해 스페이스X의 차세대 스타링크 다이렉트투셀(Direct to Cell)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기윈 샷웰(Gwynne Shotwell) 스페이스X 사장 겸 COO는 “이번 거래는 전 세계 모바일 음영지역을 없애려는 우리의 미션을 한층 가속할 것”이라며 “차세대 전용 주파수를 통해 성능이 크게 개선된 새로운 스타링크 위성을 띄워, 어디서든 연결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거래가 최종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승인이 필요하다. FCC는 그간 에코스타가 확보한 2GHz 대역 등 일부 주파수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의무 불이행을 문제 삼아왔다. 이번 매각과 앞서 발표된 AT&T 대상 주파수 매각은 FCC의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에코스타 측도 “10년 이상 축적한 주파수 확보와 글로벌 5G 표준화 경험이 이번 거래를 통해 더 빨리, 더 경제적으로, 더 혁신적인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게 됐다”며 “스페이스X의 로켓·위성 역량과 결합해 위성-이동통신 융합을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2.0’ 구상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현재 스페이스X의 1세대 다이렉트투셀 위성은 재난 상황에서 긴급 구조 통신을 지원하는 데 활용돼왔다. 이번 인수를 통해 스페이스X는 전용 주파수를 독점 확보하게 되면서 성능 개선과 서비스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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