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일본 토요타와 협력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공급망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상생 차원의 협력이다. 양사는 배터리 셀, 소재, 전장부품, 리사이클 분야로 협력을 이어가며 본격적인 ‘밀월 관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와 토요타의 협력은 2011년 LG전자의 내비게이션 박스 공급으로 시작됐다. LG전자는 2019년부터 북미 시장에서 토요타 차량에 텔레매틱스 솔루션을 본격 공급하기 시작했다. 당시 북미는 토요타 전체 판매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었다. LG전자는 2025년 4월 토요타 북미법인의 연례 공급사 미팅에서 ‘최고가치혁신상’을 수상하며 북미 공급망 안정성, 원가 혁신 기여, 첨단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10월 토요타와 연간 20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협력을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위해 미국 미시간 공장에 4조원을 투자하고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생산된 배터리 모듈은 토요타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팩으로 조립돼 신형 전기차에 탑재된다. 이는 당시 LG에너지솔루션 단일 계약 중 최대 규모였다.
2025년 6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토요타 그룹 무역상사인 토요타통상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GMBI)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 공장은 연간 최대 1만3500톤의 사용 후 배터리와 스크랩을 처리할 수 있다. 2026년 본격 가동 예정이다. 생산된 블랙 매스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으로 재추출돼 토요타 전기차 배터리에 재활용된다. 이를 통해 양사는 북미에서 생산-재활용을 연결하는 자원 순환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토요타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투자 철수로 고객을 잃은 LG에너지솔루션 미 공장에서 배터리를 주문하기로 결정하며 신뢰를 쌓았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이 미시간주 랜싱의 배터리공장을 완전히 인수하면, 토요타가 LG에너지솔루션의 다른 미시간주 공장에서 구매하기로 했던 배터리 주문을 랜싱 공장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LG화학도 2023년 10월 토요타 북미 생산·기술 법인과 2조8000억원 규모 양극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30년까지다. LG화학은 IRA 요건을 충족하는 양극재를 공급해 토요타의 자체 배터리 생산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이는 토요타의 2030년 연간 전기차 350만대 판매 목표와 맞물려 장기 협력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LG화학은 글로벌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2024년 9월 토요타 자동차와 파나소닉의 일본 합작법인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 & 솔루션(PPES)에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PPES는 일본 선도 배터리 제조사 중 하나로 토요타 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 OEM 다수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회사다.
이어 올해 9월 9일에는 토요타통상이 LG화학 구미 양극재 공장의 지분 25%를 인수해 2대 주주로 참여했다. 이에 구미 공장의 지분 구조는 LG화학 51%, 토요타통상 25%, 화유코발트 24%로 변경됐다. 이로써 공장은 미국 IRA 규제의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생산된 양극재는 북미 배터리 고객사에 공급될 예정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도요타통상의 지분 참여는 LG화학이 미국 IRA 규제에 대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양극재 공급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라며 “세계 최고 제품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 리더 지위를 더욱 강화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