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셜미디어 기업 메타(Meta)가 도덕성 문제에 직면했다. 메타의 전직 연구원이 증언을 통해 가상현실(VR) 플랫폼에서 아동이 겪는 성적 착취·괴롭힘 등의 위험을 회사가 알고도 은폐했다고 폭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11일 외신보도에 따르면 전 메타 연구원 제이슨 세티전 박사와 케이시 새비지는 최근 미국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메타가 자사 VR 기기 ‘퀘스트(Quest)’와 관련 플랫폼에서 13세 이하 아동의 광범위한 활동을 인지하고도 문제를 감추려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동이 성적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됐지만 회사는 수집한 데이터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연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무팀이 직접 연구 현장에 개입해 불리한 증거가 남지 않도록 지시했다.
또한 메타는 아동 안전보다 플랫폼의 ‘이용 시간’과 ‘참여도’ 지표를 더 중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문회에선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이유로 연구를 제한하거나 회피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일부 내부 문건에는 “13세 이하 사용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 규제 리스크가 커진다”는 경영진 판단도 담겼다.
청문회를 주도한 상원의원들은 “메타가 수익을 위해 아동의 안전을 거래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현재 미 의회에는 ‘아동 온라인 안전법(Kids Online Safety Act)’ 등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계류 중으로 이번 증언을 계기로 입법 논의가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메타는 즉각 반발했다. 회사 측은 “일부 문서만을 발췌해 과장된 주장”이라며 “2022년 이후 아동 관련 연구만 180여 건을 승인했고 여러 안전 기능을 이미 도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문회 여론은 싸늘하다. 상원의원들은 기업의 자율 개선에만 맡길 수 없다며 규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VR·메타버스 이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아동이 안전하게 디지털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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