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미국·중국에 이은 인공지능 글로벌 3강(AI G3)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GPU 등 하드웨어 인프라 확충과 데이터 활용 제도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박윤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은 19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열린 '대한민국 인공지능이 가야 할 길'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 홍주연 기자
박윤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은 19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열린 '대한민국 인공지능이 가야 할 길'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 홍주연 기자

박윤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은 19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열린 ‘대한민국 인공지능이 가야 할 길’ 행사에서 “국가 사활을 건 AI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프라와 데이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GPU 20만장 확보·글로벌 1등 모델 동시 추진해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AI 1등 체제’를 선언하고, 동맹국들에게 미국산 AI 풀스택 사용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글로벌 협력 확대와 오픈소스 생태계 활성화를 앞세워 미국과는 다른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박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AI G3로 도약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축 모두를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윤규 원장은 우리 정부가 제시한 GPU 5만장 확보 목표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2024년 기준 전체 필요량 15만장의 30%를 정부가 확보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수치이기 때문에, 목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정부 소유 토지까지 활용해 AI 컴퓨팅 센터를 짓고 있다”며 “GPU 5만장으로는 국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최근 ‘20만장 정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목표를 20만장 이상으로 상향하고 초기 단계에서 집중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AI 모델 개발 전략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내세운 ‘글로벌 수준 95%’ 파운데이션 모델 기준이 글로벌과 비교해 다소 뒤처졌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박윤규 원장은 “95%를 이미 넘어선 기업이 있으며, 95% 수준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하다”며 “정량적 수치보다 글로벌 1등 수준의 AI 모델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범용 모델 외에도 산업별·공공 부문별 특화 모델을 조속히 개발해 분야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개방·사이버 보안 체계 전면 개혁 시급

데이터 활용 환경 조성도 인프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데이터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개인정보보호법과 저작권법을 AI 시대에 맞게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데이터 개방과 관련해서는 ‘개방’이라는 선언적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이 데이터를 수집할 때부터 민간 수요를 고려해야 하며, 제공 시에도 민간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형식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서는 사이버 보안 체계 전반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SK텔레콤, KT, 롯데카드, 예스24 등의 해킹 사건은 정보통신망법, 기반시설보호법 등 기존 법제도의 한계를 드러낸다”며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고 위주의 현행 조사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민간·공공·군으로 삼분화된 보안 관할체계를 통합해 강력한 디지털안전처나 독립 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산 보안 솔루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사이버 보안 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조 예산보다 중요한 건 ‘사회적 수용성’

급증하는 정부의 AI 예산 집행 방향도 언급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AI 관련 예산을 2017년 5600억원에서 내년 10조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윤규 원장은 “10조원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AI 기술과 서비스가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장려되는 문화 조성이 더 본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의 성공 열쇠는 실용적이고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AI 활용을 장려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