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을 잘못 내리면 처방이 달라진다. 지금 한국경제는 위기가 아니라 저성장 고착화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는 24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회장 조준희, KOSA)가 개최한 제33회 런앤그로우 포럼에서 ‘2026년 경제 전망과 대응전략’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광석 교수는 유튜브 채널 ‘경제 읽어주는 남자(김광석TV)’를 통해 경제 전망·동향·트렌드를 전달하고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가 24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KOSA 런앤그로우 포럼에서 '2026년 경제 전망과 대응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이윤정 기자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가 24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KOSA 런앤그로우 포럼에서 '2026년 경제 전망과 대응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이윤정 기자 

김 교수는 “네 번의 경제위기를 겪어왔지만 지금 상황을 위기라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세계 경제는 과거 연 3.7% 성장세에서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특히 한국은 잠재성장률 둔화로 저성장이 고착화된 대표 국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 경기 부양이나 소비 쿠폰 확대보다 5년 뒤 성장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9년 이후 7년 연속 적자 재정”이라며 “흑자 상황에서의 확장 재정과 달리 지금은 미래 소비를 당겨 쓰는 위험한 구조”라고 진단했다.

저성장 탈출의 해법으로 김 교수는 인공지능(AI)과 인프라 확충을 꼽았다. 

그는 “세계 경제가 3% 성장할 때 엔비디아는 52% 증가했다. IT·AI 산업 성장률은 9%에 달한다”며 “성장률이 낮은 기업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AI 고속도로’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확충을 강조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량은 4인가구 5일분을 1시간에 소모할 정도”라며 데이터센터만으로는 안된다. 분산형 에너지 고속도로로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된 소버린 AI(국가 맞춤형 AI)에 대해서도 그는 “국내용에 그치지 않는다”며 글로벌 확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플랜트, LG CNS의 해외 스마트팜 사례를 들며 “AI 고속도로와 에너지 고속도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반드시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학적 모델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설계해야 완성된다”고 아쉬움을 덧붙였다.

김 교수는 2026년 경제 전망의 핵심 키워드로 스테이블 코인을 꼽았다. 그는 미·중 통화 패권 경쟁 속에서 스테이블 코인 전쟁이 가속화될 것이며, 한국 역시 무역 과정에서 스테이블 코인 결제를 요구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연의 마지막에서 그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 포스베리 선수의 ‘등뒤로 뛰기’를 비유로 들었다. “모든 선수에게 같은 매트가 주어졌지만 새로운 환경에 맞는 도전을 한 선수만이 신기록을 세웠다”며 “저성장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달라진 경제·기술 환경에 걸맞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국내 주요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기업 대표와 임원진 등 업계 리더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다음 런앤그로우 포럼은 오는 11월 26일 개최된다. 도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인 전미영 트렌드코리아컴퍼니 대표이사가 강연할 예정이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