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GPU가 AI 혁신을 가속한 것처럼 양자컴퓨터는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을 열 것입니다.”
국내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노르마 정현철 대표의 말이다. 그는 GPU가 촉발한 AI 혁명처럼, 양자컴퓨터도 차세대 기술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원리가 다르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의 조합으로 연산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해 0과 1을 동시에 처리한다. 이 때문에 특정 문제에서는 연산 속도가 월등하다. 구글 연구에 따르면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계산을 양자컴퓨터는 200초 만에 끝낸 사례가 있다.
정현철 대표는 “기존 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GPU의 일부 역할은 2~3년 안에 양자컴퓨터가 대신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과 유럽 국가 연구기관에서 이미 양자컴퓨터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양자컴퓨터 확산에는 제약이 따른다. 장비 수급이 어렵고, 실제 사용까지 1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 또 물리학·수학·컴퓨터공학을 아우르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노르마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양자 전용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개발 중이다.
정 대표는 “퀀텀 LLM은 사용자가 기초 지식만 있어도 양자 소프트웨어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신약 개발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추천하고 샘플 코드를 제공해 즉시 실행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현재 노르마는 6대의 양자컴퓨터를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10대로 늘릴 예정이다. 최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협력해 클라우드 기반 양자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발전은 기존 암호화 기술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정 대표는 대안으로 양자내성암호(PQC)를 꼽았다. PQC는 양자컴퓨터로도 해독이 어려운 암호 방식이다. 그는 “2030년 이전에는 공인인증서 등 핵심 보안 체계가 PQC 기반으로 전환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정 대표는 단기적으로 아시아 시장 선점,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리더를 목표로 한다. 그는 “엔비디아가 CUDA 생태계와 GPU 하드웨어를 함께 제공하며 1위를 차지했듯, 노르마도 클라우드 플랫폼과 양자 프로세서를 동시에 개발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AI에 수백만 원을 투자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면, 양자 기술은 그보다 더 큰 잠재력이 있다”며 정부 차원의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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