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첫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했다.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배드뱅크)에서 은행권의 적극적인 출연금 지원도 당부했다. 금융권 해킹 사고와 관련해 징벌적 과징금 도입·CISO(정보보호 최고책임자) 권한 강화 등을 예고했다.
이억원 위원장은 2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연합회장과 20개 국내은행 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생산적 금융과 관련해 자본규제를 개선한 만큼, 은행들도 규제개선 취지에 걸맞게 생산적 금융을 적극 공급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은행들은 다른 기업과 달리 이익을 낼수록 비판 받아왔다”며 “은행이 담보와 보증에 기대 손쉬운 이자 장사로 이익을 내지만 이에 걸맞은 변화와 혁신은 부족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생산적 금융과 소비자 중심 금융, 신뢰 금융 등으로 ‘대전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은행권 자본규제 합리화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권 자본의 부동산 쏠림을 완화하고 기업대출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을 15%에서 20%로 높이는 등의 자본규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목적 펀드의 위험가중치 100% 적용 가이드라인도 명확히 해 은행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신용리스크 뿐 아니라 운영리스크·시장리스크 등의 추가 과제를 계속 발굴하고, 논의하며,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애로사항과 나아갈 방향 등에 관한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소비자 중심 금융과 관련해서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배드뱅크에 은행권이 연체채권 매입 대금의 민간 기여분 대부분을 분담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곧 출범할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관련해 은행권이 연체채권 매입 대금 민간 기여분의 대부분을 분담하는 등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정부는 5000만원 이하의 7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는 배드뱅크를 곧 출범한다. 배드뱅크에 필요한 재원 8000억원 가운데 절반인 4000억원은 은행 등 민간금융회사가 출연한다.
가계부채 관리, 취약 산업의 사업 재편 등 금융산업 및 경제 리스크 요인 관리도 주문했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 잇따른 해킹 사고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금융 보안 점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징벌적 과징금 도입, 정보보호최고책임자 권한강화 등 다양한 제도개선 과제를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은행장 역시 자기 책임하에 전산 시스템 및 정보보호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고 내부 관리체계 강화를 서둘러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고와 관련해서 금융서비스 장애 내용과 대체 거래수단을 국민에게 상세히 알려달라고도 당부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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