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취임 첫날 8대 금융지주 회장을 만나며 본격 업무를 시작한 가운데, 금융당국 조직 개편으로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내부 수습에도 나섰다. 정부 조직개편법 개정안에 힘을 실으며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개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억원 위원장은 15일 취임식을 열고 제 11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곧장 8대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를 열어 생산적 금융과 신뢰 금융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금융의 방향 전환”이 시급함을 강조하면서, 금융산업에 대해 “생산적 금융, 소비자 중심 금융, 그리고 신뢰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금융이 첨단산업, 벤처·혁신기업, 지역경제, 재생에너지 등 보다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영역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바꿔나가야 할 시점”이라며 “조만간 금융권, 금융 수요자, 전문가 등이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해 생산적 금융의 세부 과제를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율적·선제적인 채무조정과 서민금융상품의 공급 등에 앞장서는 포용성 보여달라”며 “영업의 전과정과 내부통제를 꼼꼼하게 살피는 각고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신뢰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며 “가계부채 관리, 부동산 PF 연착륙, 제2금융권 연체율 안정화와 취약한 주력산업의 사업재편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말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힘실어… “미래지향적 개편 돼야”
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금융위원회의 내부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금융위원장으로서 직접 입장을 밝히며 조직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조직개편이 이뤄지고 나면 이 위원장은 새 정부의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이 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금융당국도 18년만의 큰 방향 전환을 앞두고 있다”면서 “현행 통합형 감독체계에서 벗어나 정책과 감독이 분리되고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전담 감독기관이 맡는 새로운 체계로 개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감독체계 개편이 과거 회귀가 아니라 정책은 보다 정책답게 감독은 보다 감독답게 기능하고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의 상충을 해소하는 미래지향적 개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준다면 유관기관과 협의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감독체계 개편) 과정에서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하면서 금융감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취임사와 별개로 이날 직원들에 보낸 서한을 통해 보다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원장은 “갑작스러운 조직 개편 소식으로 인해 여러분들이 느끼는 혼란과 두려움을 걱정하는 마음과 그 무게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그렇지만 공직자로서 국가적으로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그 정해진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것도 우리의 책무이자 의무인 것도 엄중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직의 모양은 달라질 수 있어도 금융 안정과 발전을 통한 국민 경제에 기여라는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와 사명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때마다 직원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세심히 귀기울이겠다”며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견뎌낸다면 새로운 모습으로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사에서도 “금융위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대관소찰(大觀小察·크게 보고 작은 부분도 살핀다)’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큰 흐름을 읽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조직 개편 전까지 당분간 잡음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위도 재정경제부와 금감위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조직 인원과 업무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금감원 내부 반발은 더욱 심해서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을 만나는데 이어 17일엔 국회 앞 시위를 예고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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