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들이 사라지지 않은 코로나19의 위험성에 주목하며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한 정기 백신 접종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변이를 거듭하는 바이러스 특성을 고려할 때 ‘백신을 통한 면역 유지’가 장기후유증 예방과 사회적 방역 안전망을 강화하는 핵심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상표 모더나코리아 대표(왼쪽)과 프란체스카 세디아 모더나 최고 의학책임자(CMO)가 30일 노보텔 엠버서더 강남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 코로나19 위험성과 신규 백신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김동명 기자
김상표 모더나코리아 대표(왼쪽)과 프란체스카 세디아 모더나 최고 의학책임자(CMO)가 30일 노보텔 엠버서더 강남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 코로나19 위험성과 신규 백신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김동명 기자

모더나코리아는 30일 노보텔 엠버서더 강남에서 ‘국내 코로나19 최신 현황과 mRNA 기술을 활용한 호흡기 감염병 예방 및 대응 전략’ 간담회를 개최했다.

첫 연자로 나선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및 롱코비드 현황과 대응 과제’를 주제로 코로나19 유행 현황과 이에 대응하는 예방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는 듯 보였지만 최근 들어 유행세가 재점화되고 있다”며 “최근 3개월 연속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늘고 있으며 이 중 6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코로나19는 단순한 급성 호흡기 감염을 넘어 피로, 해부학적으로 뇌 구조가 변화할 정도의 흔적을 남겨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장기후유증(롱코비드)을 남길 수 있다”며 “매년 업데이트된 신규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건강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의 의료 부담을 줄이고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공공의 이익과도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변이하는 만큼, 현재 유행하는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신 백신으로 면역을 새롭게 형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이 ‘최우선 접종 그룹’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고령층의 경우 감염 시 중증 및 사망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이미 형성된 면역도 빠르게 감소해 추가 접종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백신 접종 시 롱코비드 위험도를 58%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며 “새로운 변이에 대응한 백신을 통해 매년 면역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과거 백신 접종 이후에도 다음 절기 신규 백신을 접종해야 면역을 올릴 수 있다. / 모더나코리아
과거 백신 접종 이후에도 다음 절기 신규 백신을 접종해야 면역을 올릴 수 있다. / 모더나코리아

이날 간담회에서는 모더나의 mRNA 백신 전략도 발표됐다. 프란체스카 세디아 모더나 최고 의학책임자(CMO)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10억 도즈 이상 접종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일관되게 확인됐다”며 “독감 백신과의 동시접종 연구에서도 단독 접종과 유사한 높은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국내 접종에 사용되는 모더나의 ‘스파이크박스엘피주’는 최근 유행 중인 LP.8.1 변이를 겨냥해 설계됐다. 세디아 박사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4상 임상시험 예비 분석 결과, 12~64세 기저질환자와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접종했을 때 LP.8.1 변이에 대한 중화항체가 평균 8배 이상 증가했다. 또 다른 변이인 XFG 등 현재 확산 중인 바이러스에도 교차 중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올 가을·겨울 코로나19와 독감의 ‘트윈데믹’ 발생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세디아 박사는 “모더나 백신은 독감 백신과 동시에 접종해도 면역 효과와 안전성이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한 번의 접종으로 두 감염병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전략이 고위험군 보호에 유효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개인의 건강 보호를 넘어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 입원과 치료비, 의료 인력 투입 등 막대한 비용을 고려할 때 정기 예방접종을 통한 감염 억제가 사회 전체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령층 감염으로 인한 장기 후유증은 돌봄 부담을 가중시키고 노동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한국 사회에서 경제·복지 정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고위험군 보호는 단순한 의료 대응을 넘어 국가적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에 정부 올 절기 예방접종 사업을 통해 고령층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고, 국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집단 방역 안전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오는 10월 15일부터 2025~2026 절기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업을 본격 시행한다. 접종 대상은 ▲65세 이상 어르신 ▲면역저하자 ▲감염취약시설 입·입소자 등 고위험군으로, 이들은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롱코비드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으며 65세 이상 고령자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백신 접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동명 기자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롱코비드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으며 65세 이상 고령자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백신 접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동명 기자

다만 이 교수는 65세 인구와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정부가 지난해 대비 백신 예산을 줄여 백신량을 530만 도즈로 제한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년도 비해 6%이상 접종자가 늘어났는데, 정부가 지난해 백신이 남았다며 주문량을 줄인 상황”이라며 “몇 달 후 백신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모더나 측은 고위험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및 의료 현장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상표 모더나코리아 대표는 “코로나19는 절기마다 돌아오는 질병으로 아직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은 중대한 감염병이다”며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층 등 고위험군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이번 절기 예방접종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